유년의 눈은 보기부터 다르다
하얗게 지새운 시간이 첫눈처럼 나리다
조용히 나부낀 고요의 시간
어제 저리도 하얗게 담아냈을까
멈춰 서서 고요해질 지금
누구에게는 그리울 시간
누구에게는 가장 환할 시간
누구에게는 기다림의 시간
아마도 눈처럼 날린
이 계절의 이름만큼
쉬어가 온화해질 이야기
희망이라는 깨끗함을
살포시 덮고 덮어
포근해질 시작으로
아침에 눈을 뜨니 지난 밤사이 쌓인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네요. 나무에도, 지붕에도, 아파트 단지에도, 놀이터에도 온통 하얀 세상이 저절로 몸을 밖으로 이끌게 하네요. 눈이 오니 마음이 포근해져요. 춥고 이동하기 불편하고 질퍽거리고 운전하기는 더더욱 힘들지만 아이들이 만나는 눈은 다르지요.
지금이 아니면 결코 느끼지 못할 순수함을 눈과 만나가요. 눈을 굴려 눈사람도 만들고 떨어진 나뭇가지와 솔방울로 눈과 입을 만들어 주어요. 눈 위에 찍힌 발자국 따라 휘파람을 불어요. 찬 기운이 입을 통해 하얗게 흘러나오면 하얘진 마음만큼 소리가 청량해져요.
나무 위에 쌓인 눈, 흙 위에 고이 놓인 눈들이 꼭 하얀 이불 같아요. 시린 마음 달래줄 천사가 내려와 앉았나 봐요. 고생했다! 푹 쉬어가라! 1년의 응원을 가득 담았네요. 다시 시작이라는 내일의 희망을 향해 툭툭 털고 일어나요. 아이 등 뒤에 날리는 눈발이 안개꽃처럼 부풀어 올라요. 아이는 그것이 소금꽃 같다고 해요. 맞아요. 하얀 소금꽃! 반짝거리는 결정이 녹기도 전 서로가 부둥켜안아 발개진 뺨의 빛깔 따라 점점 더 하얗게 흩날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