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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Jan 04. 2025

운전연습

처음이라는 시선

20대 딸아이가 운전면허증을 땄다

 

보드란 손이 따끈한 면허증을 품고 운전대를 돌린다

딸아이 운전 연습하러 온 가족이 나가는 길 

앉은자리마다 눈여겨본 마음은 여러 가지


차분히 지켜주는 마음은 보조석에 든든히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까지 뒷좌석에 얹지만

달리는 내내 불안함을 감출길 없어

꼭 맨 안전벨트 사이 숨소리가 요란 


격려의 한 마디가 차창을 비추고 지나는 풍경을 한눈에 담다

풍경 따라 어느새 추억이 새록새록


갓 돌이 지난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때 수도 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했지

한 걸음의 내딛음이 힘찬 영광이었는데 어느새 두 다리가 힘이 되어 세상을 향해 달린다


20대가 되기까지 걸어온 수많은 길


한적한 도로 위의 고요함이 편안해질 순간도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사이마다 지쳐 가는 순간도 있고

신호 대기마다 잠깐의 휴식으로 몸을 틀기도 하며

시끄러운 차선 가득 왁자지껄 경적소리를 피해

등줄기 땀나도록 불안할 때도 많겠지만 지금처럼 


용케 쥔 두 손 둥글어진 마음 핸들 위에 자랑스럽게 나부끼길


두 발이 아닌 네 발로 구를 앞으로의 세상 

도보가 아닌 자동차 바퀴 수만큼

빠르게 지나가겠지만 잊지 말기를

두 다리가 주던 강인함 만큼 온유한 마음 그대로 실어 나르길  


딸아, 수없이 걸어간 한걸음이 이룬 지금처럼 

세상을 향해 좋은 길로 잘 나아가기를




며칠 전 종강에 맞춰 운전면허학원을 등록하더니 드디어 면허증을 손에 쥔 딸이 운전연습을 하자고 한다. 가족이 모두 충돌하기로 하고 아빠는 보조석에, 나와 아들은 뒷좌석에 오른다. 운전연습하러 가기에 날씨마저 돕는다. 겨울의 시린 바람 사이 빈 나무를 비추는 하늘은 푸르르고 햇살마저 따뜻하다. 작은 여행 같은 기분으로 세종 이응다리까지 가보기로 한다. 안전벨트를 꼭 메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큰 도로인 차도로 넘어간 순간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나 가족이 있기에 심적 부담은 덜어지나 보다. 


미러 속 딸아이 눈동자에 집중의 힘이 대단하다. 무언가 해내가는 기쁨이 가득 차나 보다. 두려운 것 앞에서 당당히 해내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초보라 느린 걸음이 도로를 저속 주행하지만 그마저도 괜찮다. 초보인 딸의 운전대 잡은 손이 어찌나 대견한지 모른다. 벌써 이리 자라 운전을 하게 될 줄이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감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운전대 잡은 손은 어딘가 미숙하나 도로가 펼쳐진 모양대로 둥글게 빚어내는 손길을 보니 나의 첫 운전 경험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혼자 운전하는 내내 긴장한 탓에 브레이크를 밟고 신호 대기하던 오른 다리가 얼마나 후들거렸는지 모른다. 


지금 가진 여유와 익숙함은 처음의 문을 두들기고 열어내 반복하는 꾸준함의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편안함의 대처 능력은 자신감에 있다. 잘할 수 있기까지의 자신감은 한 걸음이라도 무수히 반복하여 걸어보는 것. 딸아이가 돌이 될 즈음 아장아장 떼는 한 걸음은 무수히 반복한 일어섬과 넘어짐에 있다. 이것이 있기에 걷고 달리고 지탱해 온 힘을 기른 것이다. 


그런 아이가 자라 두 다리를 대신할 네 바퀴를 몰아 세상을 향해 달린다. 유턴하는 곳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아찔한 순간도 있고, 느린 주행 사이사이 답답한 양반들의 경적 또한 울려대지만 유연한 마음 하나로 흔들림 없이 잘 나아가면 좋겠다. 다른 곳을 의식하여 불안하고 부정하기보다 자신의 마음 하나 흐리지 말고 운전대를 잘 붙들고 다루며 무사히 도착하면 좋겠다. 딸아이가 20대가 되기까지 무수히 걸어온 지금의 발걸음이 더 너른 세상을 향해 달릴 지금(비록 삶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언제든 처음의 경험을 잘 기억하며 두 다리가 걸어온 길마다 가진 온유한 마음 그대로 품어가길 바라본다. 오늘 딸아이의 완주를 축하하며 대견한 마음을 시로 흐뭇하게 남겨 본다. 



운전대를 잡은 손


푸른 산이 비추는 그 곳을 달리다


이응다리의 반을 담다. 잠시 쉬어 가며


온통의 물과 바람과 하늘


나무 사이를 비추어 내린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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