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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로 답하다 시작하기

by 현정아

간호사라는 소신을 가지고도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에 어려운 일들은 매번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경험하여 이룬 것들로 점차 단단하게 쌓여가는 나를 발견합니다. 함께 아프기도 하고, 함께 힘들기도 한 날들 안에 스스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를 내세우지 않아도 마냥 좋기만 합니다.


간호사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행하는 것들은 나를 있게 합니다. 기쁘고 좋은 나날, 어렵고 고된 나날이 적절하게 융화되어 내가 행하는 간호가 진정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은 가는 길마다 새로움을 만들어 갑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대상자마다 나타나는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한 사람 한 사람 보아 가는 일들이 그러하지요. 앞을 알 수 없는 막연한 순간들을 지나쳐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채워져 간 경험과 연륜의 힘만은 아니겠지요. 어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가장 뿌듯한 순간을 맞이하는지 알아간 사실도 한몫하나 봅니다.


내가 하던 간호와, 함께 했던 간호가 이룬 것들은 어쩌면 혼자가 아닌 서로의 힘이 합쳐진 현장에서 서로 느끼고 배우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간호사라는 여정은 마치 더디게 흐르던 시간 안에 다지고 으깨고 깨지고 볶고 뭉쳐서 스스로 알아간 것들에서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25년이 흐른 지금껏 내가 하고 있는 임상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나의 생각이 쌓인 나의 행동은 나를 만드는 소신이 되기에 간호하며 알아간 사실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것이지요. 누군가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또 다른 경험이 되기에 지금을 충실히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껴 봅니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지금까지의 마음이 이룬 일들을 기록하며 간호사라는 직업의 세계에서 느끼는 소소한 경험적 삶은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까요? 비단 직업으로서가 아닌 나의 일부가 된 간호는 내 손이 행하는 것에서 다해지는 순간 온 마음으로 향해갈 일이기에 귀 기울여 듣고 마음을 다하여 답을 찾아가려 합니다. 과거와 지금, 미래가 쌓인 간호는 내 소신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됩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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