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새로운 날들
내가 선 자리가 물에 닿았다
기울인 자리 채워 넣은 그림자
젖은 그림자
은빛의 햇살 따라 마음은 출렁이고
가만히 바람을 맞다
바람의 이름은 흔들바람(1)
파도는 오르기 시작하고
해를 머금은 하얀 물보라
그대로 ‘톡’ 내 앞에서 아스라이
낮은 음파가 모인 거품은 메밀꽃(2)
바람과 얽혀 부드럽고 거칠 것이 없다
철썩이던 끝과 끝이 만나
뒤엉킨 거품은 하나가 되고
마음으로 밀고 들어와 그대로 하얀빛
부서진 파도 길이만큼 ‘훌훌’ 비워내는 마음
심해만큼 멀어진 사려思慮(3)
바다를 이은 하늘은 고요의 섬을 넘나들고
시절마다 닿은 시름은 이곳에 멈춰
(1) 흔들바람 : 풍력 계급 5의 바람. 10분간의 평균 풍속이 초속 8.0~10.7미터이며, 잎이 무성한 작은 나무가 흔들리고, 바다에서는 작은 물결이 인다(출처, 네이버 사전).
(2) 메밀꽃 : ① 메밀의 꽃. 교화(蕎花) ②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출처, 네이버 사전)
(3) 사려思慮 : ① 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깊게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② 근심하고 염려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생각
고향 제주 바다는 항상 거기 그대로 있어요. 고향에 갈 때마다 들르는 바다가 있어요. 섬을 품은 바다는 바람과 햇살을 품고 있지요. 삶의 터전이기도 한 바다지만 고요함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시절마다의 시름을 모두 안고 가야 해요. 자연의 위대함을 모두 가진 바다는 그래서 같은 자리에서 변화의 삶을 응원하나 봐요.
우리가 힘이 들 때에는 바다를 찾아 넓게 펼쳐진 바다의 빛과 바람을 맞으며 오롯이 마음을 내려놓고 오기도 하지요. 살면서 걱정거리는 많잖아요. 그 걱정을 어떻게 갖고 가는지가 중요함을 바다를 통해 배워 가요. 당장 내일, 한 달, 1년 뒤도 알 수 없으니 여기저기 힘든 시절을 안고 갈 수밖에요.
지금을 살기 위해 어려움을 감내하는 동안 쌓이는 걱정과 불안은 때론 우리를 좀 먹게 하지요.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 중 [걱정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지식 1]에서 과거와 미래를 철문으로 닫아버리고 오늘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라고 했지요.
걱정은 있을 수 있으나 그 깊이에 끝없이 함몰되면 헤어 나올 수 없기에 어떻게 활용하고 안아가는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겨져요. 걱정만 한다고 해서 절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지요.
바다에 가니 여러 생각들이 비워졌어요. 탁 트인 바다, 햇살에 비친 윤슬, 파도가 밀려온 하얀 거품, 섬을 끼고 푸르게 펼쳐진 바람이 내음. 이 모든 것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시원해졌어요. 기로마다 선택할 일들과 생각 덩어리가 모아져 파도에 휩쓸려 곱게도 흩어져요.
비워진 마음이 있어야 소중함을 채울 수 있으니,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만 휩쓸리지 말고 오늘 내가 새로이 할 것이 무엇인지 긍정의 방향을 찾기 위한 좋은 걱정으로 채워 넣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