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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섬

걷다. 그곳

by 현정아 Feb 01. 2025

새가 많이 살아 새섬인 줄 알았네

억새가 촘촘히 놓여 새섬인 것을


서귀포를 이고 진 오랜 숙명은

손에 닿지 않을 고요함을 부르고


걷는 내내 발길마다 채이는 정적은

귀를 따라 소담스럽게 열린다


이름 모를 새鳥는 섬 속으로 고요히 날아들어 울음 울고

소리를 따라 핀 야생화는 번듯하니 슬기로운 계절을 나고

해풍을 견딘 나무의 집락은 새들의 보금자리로 다시 여물다


파도는 섬을 비스듬히 깎아지르고

바람은 빈틈을 채워 짜디 짠 해海를 품으니


오래된 기억은 소멸되지 않은 채

바람의 마중물로 이곳을 적시다


발길에 부딪는 이 모든 결이 그대로 거기에 있었다


띠를 이어간 세월의 촘촘함은

여전히 섬을 따라 긴 시간을 흐르고

섬은 그대로 바다를 가득 품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의 서귀포항 바로 앞에 있는 섬으로 억새풀인 새[茅]가 많아서 ‘새섬’으로 불렸는데, 한자로는 ‘초도(草島)’ 또는 ‘모도(茅島)’라 하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날아다니는 새’라는 뜻에서 ‘조도(鳥島)’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조도’로 불리고 있으나, 한자로는 ‘모도(茅島)’로 표기하는 것이 섬의 특성에 맞다.

새섬의 전체 모양은 사각형의 마름모꼴을 이루고 있는데, 동서의 길이[500m]가 남북의 길이[430m]보다 약간 긴 편이다. 동·북 사면은 10m의 수직 상태의 절벽을 이루고, 서·북 사면은 10~30%의 완경사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거주하기도 했었는데, 1965년 이후에는 무인도가 되었다. 국유지와 일부 사유지로 이루어져 있다. 2009년 서귀포항과 새섬을 연결하는 다리인 새연교가 완공되어 주민과 관광객들의 산책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 배경 사진 : 새섬에서 바라본 범섬




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고향 제주에 갔어요. 고향은 언제나 어머니 품 같아요. 바다를 내내 품은 섬처럼 온갖 세월을 견디고 견뎌 모든 것을 안아 가지요. 제 가더라도 그립고 고맙고 반갑고 아늑한 곳이에요. 고향 집에 머물던 중 남편과 서귀포항과 이어진 새연교를 건너 새섬을 따라 걸었어요. 30분 남짓 바다를 따라 이어진 산책길 코스는 평지가 많아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걷는 곳마다 자연경관이 시시각각 아름다워 넋을 잃었지요. 제주를 떠난 토박이지만 고향을 따라 흐르는 기억은 항상 그대로예요. 그러나 부끄럽게도 새섬의 유래를 잘못 알고 있었지 뭐예요. 말 그대로 새가 많이 살고 있어 새섬인 줄 알고 있었지요.


예전에 초가지붕을 촘촘히 잇던 띠인 억새 같은 풀의 일종이 '새'였는데 이곳에서 '새'가 생산이 많이 되어 유래되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지금에라도 제대로 알게 되어 다행이라 여겨져요. 한라산의 풍광이 눈앞에 가득 들어와요. 변함없는 한라산의 정기가 여기까지 흐르고 있어요. 한라산을 바라보며 새섬과 하나로 이어진 바다를 함께 맞이해요. 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라니 너무 놀라워요.


몇 만 번 이상의 파도를 셀 수 조차 없을 만큼 견딘 바위의 숨들을 디디고 디뎌 곧바로 이어진 길을 멋스럽게 걸어요. 억새에 이는 바람은 짠 거품을 흩날리며 물결을 이루고 있네요. 겨울의 정취가 이곳에 묻어나고 새가 날아들어 울음 울지요. 노란 꽃이 겨울의 계절을 슬기롭게 나며 이곳을 잔잔히 지키고 있어요. 새소리가 귀를 열어 수평선까지 들리는 듯하더니 하늘 가까이 반짝이는 윤슬을 건드려 비단결같이 탐스러운 빛을 내지요. 해풍을 맞는 해송이 멋들어지게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어요. 나무를 따라 새가 다시 날아들어요.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고 다시 느끼며 걷는 걸음마다 고요한 정적이 따라붙어요. 걸음마다 채이는 고요한 소란스러움이 이곳에 흘러 들어와 걷는 내내 살아가고 있음이 소중하다고 여겨져요. 바다의 모진 풍파와 고요함을 따라 그 어떤 것도 모두 안아가니 이곳이 바로 고향의 엄마 같은 품 속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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