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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인공

흔들리지 않을 편안함

by 현정아

아이의 불안한 눈빛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깊은 호흡을 내쉬었다.

아픈 몸부림 속에서 소란스러움을 마주하며, 정신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평정심이다. 그 마음은 하나하나 처치를 이어가는 내내 다음 관문의 입구를 열어내는 문 앞에서의 기대와 희망을 닮았다.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 내가 행하는 것들에서의 마음은 매한가지로 작동된다. 힘든 고비를 부여잡고 자연스럽게 해낼 마음은 간호라는 역할과 주어짐 사이에 놓인 나를 다잡게 한다. 시간이 지나니 내가 행하는 자체가 익숙해진 당연함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해낸 후의 기쁨은 실로 크다.


실제로 기쁨의 크기를 정확하게 표현할 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지만 벅차오르는 울림의 순간이 말을 대신 한다. 환자와 이야기하고, 간호 처치를 하는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이롭게 다가온다. 무언가 해내는 기쁨, 무언가 도움이 되고, 무언가 이루어가는 과정에서의 성취감은 날마다 새롭다. 그동안 일을 하며 바닥까지 떨어진 마음을 주워 담기까지의 일들은 결국 내가 성장해 간 과정이기에 너무나 소중하다.


밤늦게 복통과 구토, 설사를 반복하던 아동이 달빛진료실(야간 소아과)로 내원했다. 타 병원 소견서를 참고로 진찰이 이어지고 X-RAT 촬영과 GI Panel 검사(소화기계 관련 검사)가 나갔다. 일단 금식 상태에서 아이의 상태를 살피며 입원 치료를 시작하였는데 이미 탈수가 진행되었는지 여러 번 시도해도 혈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아이가 장염에 걸리면 체내 수분량이 성인보다 부족하므로 빠르게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급하게 정맥주사 처치를 해달라는 SOS 요청이 왔다. 여러 번 시도해도 통하지 않던 주삿바늘 자국을 보니 모두가 애태웠을 밤의 흔적 같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모두의 바람은 혈관을 확보하는 것! 수액을 공급하여 경구로 보충할 수 없는 수분과 전해질을 보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는 왜 장염에 걸렸을까? 의외로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질환 중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를 괴롭히는 감염병은 바로 노로바이러스이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급성 장관감염증으로, 주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발생하며, 특히 12월과 1월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흔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물이나 물, 환자의 분변이나 구토물에 오염된 손이나 환경 접촉, 환자 구토물의 침방울 등을 통해 감염됩니다.

감염 1~2일 안에 구토와 설사를 하고, 복통, 오한, 발열, 메스꺼움, 근육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2~3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구토와 설사로 인한 탈수 증상에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영유아,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구토와 설사로 인한 탈수 증상이 생기는지 관찰하여 늦지 않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탈수 증상

- 소변량이 줄어듦
- 입과 목이 바싹 마름
- 일어날 때 어지럼증을 느낌
-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거나 적게 남
- 평소와 달리 졸려하거나 자극에 과하게 반응

구토나 설사로 인한 체내 수분 손실을 보충하고, 전해질 불균형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토나 설사가 심하거나 탈수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을 방문하여 정맥주사를 통한 수액 공급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설사가 줄어들면 미음이나 쌀죽 등 소화가 잘되는 음식부터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회복을 돕습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개인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방수칙을 생활화하고, 이상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 포털

주사 처치실로 가서 아이 상태와 탈수 여부를 확인하며 수액을 치료하기 위해 혈관을 찾기 시작했다. 수액 요법은 체액량 혹은 전해질이나 수분 등을 보충해 주는 치료법이기에 가장 먼저 시행이 되는 방법이다. 정맥투여를 통해 체내에 빠르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에 말초 정맥이 안 잡히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고통은 아이가 아픈 것이기에 주사 처치에 촉각을 기울인다. 주삿바늘 자국이 손등에 선명하고 누워 있는 아이의 심리적 상태는 극에 달한다. 불안과 아픔과 싫음 사이에서 줄 수 있는 것은 증상이 좋아지길 바라는 모두의 마음뿐이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곁에 보호자인 엄마를 앉힌다. 아이의 불안한 상태가 심해지자, 다른 보호자인 할머니도 처치실에 함께 입실해 아이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다.

적절한 혈관을 찾으면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며 처치하게 된다. 탈수가 진행되면 혈관 자체의 탄력도가 떨어지니 위, 아래 피부를 잘 잡아가며 피부가 늘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관 주사 부위에 수액 줄이 연결되고 또르르 수액이 흘러 들어가면 비로소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쉰다.


정맥주사는 임상 간호의 기본적인 술기 중 하나로 아주 섬세한 기술과 지식을 요구한다. 모두에게 중요한 처치지만 아동이나 노인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성인과는 다르게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정맥주사뿐 아니라 하나의 간호행위를 하는 동안에는 어제보다 나은 능숙함을 가져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감 있게 대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

주인공을 정의하자면 바로 내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다. 이 말은 간호사로서 내가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가치를 던져준다. 내가 맡은 업무가 크거나 주도적이라고 해서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며 이루어가는 모든 순간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나부대지 않고 겸손을 겸비한 주인공은 침착함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침착함은 동료와의 협업, 업무 환경을 기분 좋게 끌어올린다.


여러 번의 혈관 시도로 속이 상한 보호자와 아이 모두를 보듬어야 한다. 속으로는 심장이 쿵쾅거리지만, 겉으로 쉽게 드러낼 수 없다. 자신감 있는 표정과 다정한 말투, 정확한 태도는 불안함을 없애기에.

그것이 평정심이다. 길게 호흡하고 집중하여 흔들리지 않을 평정심은 쿵쾅거리던 심장의 소음을 가라앉힌다. 알고, 행하는 것에서 그동안 쌓인 경험치의 효과는 여기서 배가 된다.

탈수 상태로 기진맥진한 아이에게 수액은 잘 연결되고 이어 주변을 정돈한다. 병실로 돌아가 안정을 취하니 아이는 곧 평온해진다. 수액 연결한 손에 댄 암보드(고정판)는 안정을 뒷받침해 줄 적절한 장치가 되고 고요의 순간을 위해 버틴 훈장이 된다. 감염 예방과 관리를 위해 아이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감염 주의 방법이 적용된다.

병실 문을 나서며, 나는 또 다른 환자와 마주할 준비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준다. 간호사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나는 내가 하는 일에서의 주인공임을 되뇌며 간호로 답하다.


국가정보포털 - 노로바이러스 예방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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