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

꽃 속에 든 것은

by 현정아


사과꽃


현정아

봄에 피는 사과꽃은 달다

코로 숨을 들이쉬니

꽃에서 사과 맛이 난다

하나를 맞이하려면

하나가 있어야 하는 법

여러 가지 것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서로를 죽이는 것

사과가 온전해지기 위해

봄부터 드리운 꽃밭은

하나여야 한다


꽃은 희생이다, 사멸해 가는

그러나 영영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솎아낸 후에 남는 것은

사과꽃 향기, 우리네 기억

뺨에 가만히 둔 빛깔은 사과

그 향이 코를 따라 들어온다


작은 사과가 꽃 속에 숨어 있다

신기하여 나는 그것을 내내 보고 있었다





햇살이 따스해진 4월 말. 지인과 시골 마을을 찾게 되었다.

시골 들판 끝자락에서 작은 사과나무 하나를 발견했다.

하얗고 고운 꽃들이 아담한 나무에 매달려 반짝거린다.

부드러운 햇살을 가득 받고 있어 그대로 걸음을 멈추어 바라본다.

가까이 다가가 숨을 크게 들이쉬니, 신기하게도 코 끝에

막 익어가는 사과 향기가 솔솔 스며들었다.

꽃잎은 부드럽고, 여리다.

그 작은 꽃 안에 커다란 사과를 가득 품고 있다.

사과가 꽃 속에 숨어들어 언제 나갈까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성급하지도 않고, 욕심도 없다.

자연의 시기에 맞춰 그대로를 이어간다.

꽃들은 많이 피어 나무를 덮고 있지만 서로 먼저 나서려 하지 않는다.

‘나만 살아야지’ 하며 나서는 순간 그것은 사멸임을 아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하나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하나가 온전히 여물어야 한다.

그래야 단단하게 클 수 있다. 욕심을 비워가는 것이 무엇인지 사과꽃을 통해 알아간다.


붉은 사과가 영글기까지가 서로의 인정과 기다림이 다해진 자리다.

그것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사라지는 것은 영영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는 또 다른 남겨짐이었다.


꽃을 환하게 바라본 날. 작은 들판 위에 일렁이던 봄 햇살은 나무를 뽀얗게 매만지고 있다.

바람의 향기로 꽃은 다시 피어난다. 그곳에서 나도 나무처럼, 꽃처럼 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