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란히 봄
시 | 현정아
타닥타닥
빗소리가 창문으로 스며든다
그 소리가 예뻐
귀를 기울인다
비를 머금은 세상은
고스란히 봄이다
비가 내리는 방향대로
식물은 힘차게 발돋움하고,
웅크린 어깨는 살포시 펴진다
색은 더 선명해진다
비가 그치면
연두는 더 연두가 되고
하얀 꽃은 하얗게 부풀어
노란 풀꽃도 한들한들
기쁘게 된다
다홍은 가장 투명한 다홍 꽃물,
초록은 초롱초롱 깊어진다
빗물이 걷히면
하늘이 도드라진다
고운 빛이다
맑다
봄을 밝히는 하늘이 열린다
세상이라는 공간을 적신
하늘, 하염없이 바라볼
마음이 있다
가장 예쁜 날에
예쁜 마음을 품어
봄비는
봄이 된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차창에 ‘타닥타닥’ 울리는 빗소리가 마음으로 들어와요. 비가 오니 세상이 선명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연두는 아주 푸른 연둣빛으로 빗물을 머금고 다홍빛 철쭉도 비를 머금어 가장 투명한 다홍빛이 되네요.
빗물 따라 흔들리는 나무의 초록 선율이 어찌나 예쁘던지 마음을 온통 빼앗겨요. 비가 오니 땅의 모든 것들이 신이 나서 발돋움하고 있어요. 노란 풀꽃이 곱게도 피어 봄비를 껴안고 기뻐하네요. 하얀 꽃나무가 이리저리 물빛을 따라 부풀어져 ‘통통’ 튕기고 있어요.
작은 마음이 봄비를 따라 차분해지고 바쁜 일상을 접어 조용히 적셔가요. 비는 모든 곳에 내리지만,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아요. 그대로의 색을 보듬어 그대로 선명해지게 해요. 그래서 봄비는 누구도 무너지게 하지 않는 다정함이 있나 봐요.
식물들은 조금 더 자라고 색도 더 진해져 가니 무뎌진 감정들도 살포시 나를 껴안고 일어나요. 일상에 지쳐 있다면 잠깐 창을 바라보아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나면 해가 나는 대로 내 있는 곳에서 일어나서 나가 보아요. 내 주변에 것들에 눈을 돌려볼 잠깐의 여유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봄비가 오면 세상이 푸르러요. 푸르른 마음 그대로를 느껴요. 비가 그치면 맑게 갠 하늘이 보여요. 맑은 공기와 빛깔이 하늘로부터 연하게 내려와요. 땅과 하늘 사이에 놓인 커다란 공간 안에 어우러진 빛깔들. 세상은 그렇게 날마다 그대로 물들어가요.
지나는 봄이지만, 다시 오는 봄이지만 지금의 봄을 그대로 담아가고 싶어요. 우리네 마음에 스미는 봄, 그대로의 봄을 보듬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