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시│현정아
5월은 데이지,
흰 꽃의 계절
순수한 빛은 영글다
햇살을 받아 영글다
해가 오르기 시작하면
실루엣은 투명해지고
기다란 촛대 위, 초록
꽃망울이 오른다
숨결이 고이 놓이다
향기를 타고, 바람을 안고
공간을 빗질하듯 흐드러지다
그렇게 흘러간다.
5월은 데이지,
때 묻지 않은
그 고운 빛 따라
노란 입맞춤을 하고
하얘질 대로, 하얗게
그렇게 사랑하리라
저무는 것이 아닌
채워 넣는 일로
고이고이 간직하리라
5월, 사랑의 계절이 왔다.
5월이 되면 하얀 꽃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산딸나무꽃, 찔레꽃, 이팝나무꽃. 아카시나무의 꽃까지 보아 가는 시선마다 순백의 여정을 품었다.
산수유, 민들레처럼 땅을 비집고 피어나는 노랑이 봄의 순수한 앙증맞음이라면, 지금 보이는 하얀 꽃들은 깊어 가는 봄의 향기를 가득 담았다. 좀 더 진해진 초록으로 하얀 꽃은 돋보인다.
하얀 마음. 그것은 5월이 내는 사랑이다.
사랑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아주 조용히 피는 꽃과 같다.
데이지가 지천에 종을 울리기 시작하면, 줄기를 따라 하얗게 피어나기 시작하면, 사랑도 그렇게 따스하게 시작된다. 열정적인 격정이 아닌 조용하고 겸손한, 그리고 평범한 사랑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순백의 사랑.
하얗게 기다려주는 사랑.
지새우는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데이지는 고요하다.
바람을 따라 실루엣이 퍼지면 그 빛은 투명해질 대로 투명해져서 내 있는 공간을 안아간다.
대단하게 서두르지도, 지나치게 타오르지도 않는 사랑이다.
그저 조용히 바라봐 주는 사랑이다.
들판에 하얀 꽃, 데이지는 보아주는 마음을 닮았다.
가녀린 촛대 같은 줄기가 바람에 흩날리면 꽃잎도 한들한들 바람을 탄다.
향을 따라 한들한들 흘러만 간다. 노란 입맞춤 같은 미소를 보낸다.
자꾸만 가까이 있고 싶은 꽃.
화려하지 않아도 이미 품위가 있다.
하얀색이 그것을 돋보이게 한다.
스스로 나서지 않아도 조용히 아우르는 빛. 그것이 사랑이다.
자기를 잃는 희생이 아닌, 존재 자체로 빛이 나는 사랑이다.
서서히 스며들어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랑이다. 그 사랑을 닮고 싶어 5월이 있나 보다.
은은한 향기를 휘감는 사랑, 5월의 데이지.
5월의 나에게 사랑을 전해 본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 빛깔, 그대로인 사랑을 전해가리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