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이 이룬 시간
병원에 입원을 하면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혈액 검사나 정맥주사 등으로 인해 환자의 혈관을 확보해야 할 때가 많다. 이때 잦은 바늘의 찔림은 환자에게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혈관을 찾기까지의 수고로움이 뒤따르게 된다. 어렵게 잡았지만 부어오름이나 발적 등으로 오래 유지가 안 되기도 한다. 이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바로 중심정맥관 삽입술이다.
치료계획에 따라 항암요법이나 항생제 등 장기적인 약물 주입이 필요한 경우, 수혈이나 수액 요법을 하는 경우, 혈관주사를 넣기 힘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한 번 시술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어 권장되는 방법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화상 환자가 많다. 화상 전문병원이다 보니 전신화상으로 고통받는 장기 환자도 많다. 감염 예방과 피부 재생 및 회복을 위해 상처 관리는 중요하다. 상처 관리와 더불어 다른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신경 써서 살펴야 한다.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가 필요하고 수액과 더불어 항생제 치료, 수혈, 완전 비경구 영양요법을 진행하는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혈관 확보는 처치와 간호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말초혈관을 통해 처치가 잘 이루어지는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장기적인 치료를 위해 중심정맥관을 삽입하여 중요 약물을 투여하는 환자도 있다. 중심정맥관은 심장으로 들어가는 중심 정맥에 긴 카테터를 삽입하는 시술을 말한다.
중심정맥관 삽입술 중에는 말초 삽입 중심정맥관(PICC)이 있다. PICC는 Peripherally(말초) Inserted(삽입하는) Central Catheter의(중심 정맥관) 첫 글자를 따서 부르는 이름이다. 한국말로는 말초 삽입형 중심정맥관을 뜻한다. 시술까지 30~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게 되는데 보통 팔의 굵은 혈관을 이용하여 삽입하게 된다.
한번 PICC를 삽입하게 되면 채혈이나 수액, 수혈 등을 모두 이곳에서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바늘에 직접 노출되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쇄골하 정맥이나 경정맥, 대퇴정맥 등으로 삽입되는 중심정맥관과 달리 PICC는 기흉이나 정맥관 삽입에 따른 합병증 위험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맥주사보다는 길고 중심정맥관의 삽입 부위(쇄골하 정맥이나 경정맥, 대퇴정맥 등) 보다 훨씬 말초에 가까이 접근되는 방식이다.
시술 전 환자가 적응증에 해당하는지 확인한다. 혈액 응고 상태나 감염 여부, 피부 상태(실제 화상 부위로는 삽입하지 않는다) 등을 관찰하고 조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멸균을 유지하며 시술이 이루어져야 하고 환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다음 진행 단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팔 안쪽에 있는 혈관을 잡은 후 가이드를 넣고 이곳을 통해 관을 삽입한다. 삽입 부위는 부분마취로 진행된다. 마지막에는 흉부 방사선 촬영(X-ray)하여 카테터 끝이 심장 가까이 있는 상대정맥에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한다.
카테터 위치 확인이 끝나면 소독하여 고정한다. 거즈 드레싱을 하고 보호필름을 부착한다. 출혈이나 삼출물, 통증 등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한다. 환자의 상태를 살핌과 동시에 위와 같은 시술 부위 관찰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진다. 시술 당일은 팔을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물에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채혈이나 수액주입을 위해 혈액 역류 여부를 확인하고 Flushing(관류)을 한다. 관이 한 개이면 그대로 수액을 연결하고 관이 두 개인 경우, 사용하지 않는 관이 있다면 Flushing(관류) 후 잠금장치를 유지해 둔다. 중심정맥관은 무엇보다 시술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Flushing(관류)은 카테터 내의 약물이나 혈액, 섬유소를 적절하게 씻어내어 정맥관이 막히지 않게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관류 용액은 생리식염수를 사용하게 되는데, 만약 투여 약물이 생리식염수와 병용투여가 안 되는 약물이라면 포도당을 이용하게 된다.
포도당 희석 약물 투여 후에는 반드시 생리식염수로 씻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포도당 용액은 생물막 성장을 위한 영양분으로 작용하게 되어 씻어내지 않으면 관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 영양수액 요법이나 지질 함유 제제를 투여하는 경우에도, 관류를 통해 폐색(막힘)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flushing(관류)의 시간이 돌아온다. 교대마다 관류를 통해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유지하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확인 방법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먼저 잠금 캡을 열고 소독을 한다. 입구로 주시기를 넣어 혈액이 역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사기를 당겨 흡인한다. 혈액이 잘 나오는 것이 확인되면 식염수를 그대로 밀어 넣는데 이때 저항감이 느껴지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flushing(관류)의 기법은 두 가지이다. 한 번에 쭉 밀어 넣는 지속적 관류 기법(continuous flushing technique)과 식염수를 넣다가 멈추는 과정을 반복하는 박동성 관류 기법(push-pause technique)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용액을 주입하는 지속적 관류 기법도 중요하지만, 관을 충분히 씻어내기 위해서는 박동성 관류 기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시행하는 것이 좋다.
박동성 관류 기법은 생리식염수를 1cc씩 나누어 주입하는 방식으로 넣고 멈추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맥박이 뛰듯 박동하는 양상에 따라 넣고 멈춤을 반복하는 것이다. 박동성 관류 기법은 와류를 형성하게 된다. 와류는 말 그대로 불규칙한 흐름을 조성하여 한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으로 섞이면서 흐르게 된다. 즉 파도가 소용돌이치는 현상처럼 위, 아래, 좌, 우로 흘러 나가게 된다.
파도치듯 수액이 흘러 들어가면 관은 일 방향으로 나갈 때보다 훨씬 깨끗하게 유지된다. 수액을 넣을 때 어떤 주사기를 넣는지도 중요하다. 10cc 이상의 주사기나 Saline prefilled syringe(10cc 주사기에 식염수가 담긴 제품)를 이용해야 한다. 중심정맥관 관류 시 40 psi(프사이) 이상의 높은 압력은 오히려 중심정맥관 파열이나 색전 가능성이 높아 10 psi(프사이) 미만의 압력을 주는 주사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사기의 압력은 주사기가 작을수록 커진다.
10cc 이상의 주사기를 이용해서 박동성 관류 기법으로 밀어 넣은 후 지켜야 할 다음 간호는 클램프(잠금장치)할 때 양압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심정맥관을 잠글 때 중심정맥관에 적당한 양압을 가하지 않거나 중심정맥관을 잠그기 전에 주사기를 먼저 분리하게 되면 혈액이 정맥관 내강으로 역류하여 혈액 응고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중심정맥관을 통해 용액을 주입할 때는 마지막 순간까지 용액을 주입함과 동시에 클램프(잠금장치)를 잠가 양압 상태를 유지하여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한다.
간호는 내가 먼저 알아야 누군가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고 보다 안전하게 처치를 시행할 수 있다. 단순한 과정 하나도 귀 기울여 듣고 내가 먼저 배워가는 마음으로 대해야 내 것이 된다. 무심코 흘리기보다 나를 위해 알아가야 한다. 그래야 명확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
당당한 자신감은 내가 아는 것으로부터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모르더라고 배워가면 된다. 내가 행하기 전에 이룰 간호를 먼저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심정맥관의 관리는 시술 전, 중, 후 모두 중요하지만, 간호하는 과정에서 보면 이후의 관리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감염이 안 되게 주의를 기울이고 정확한 기술과 지식으로 관리해야 하며 합병증 발생에 대해 깊이 있게 관찰하여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침습적 시술은 감염을 동반하니 이에 따른 간호를 하는 우리로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날마다 수액을 처치하고 투약하며, 채혈과 수혈 요법까지 해내는 우리들의 손은 여전히 마르지 않는 행위 예술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비단 행위만이 답이 아닌 마음을 전하며 날마다 이롭게 하여가는 순간을 기록한다. 보아 가는 일과 만나는 일로 이루어지는 성장은 스스로 해내는 과정에서 얻어갈 수 있다. 중심정맥관을 따라 관류가 이루어지면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 흐름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 흐름이 막히지 않고 원활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되고 나 혼자만 못해서도 안 된다. 관류가 막힘없이 이어지듯, 우리의 간호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 주기를.
모두가 함께 이끄는 삶이 한 사람을 위한 간호가 된다. 관류가 흘러가는 대로 막힘없이 이어지면 수액은 잘 연결되고 혈액을 따라 순환하게 된다. 관류가 이루어지면 다음 투약을 위한 준비가 되기도 하고 마무리가 되기도 한다. 시작과 끝이 서로 이어지는 것이다.
Flushing이 이루어지는 시간 따라 유유해질 공간은 깨끗해진다.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환자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은 한가득 커진다. 나의 손끝에서 흐르는 작은 간호 행위가 누군가의 하루를 지키고 있다는 믿음으로, 다시 flushing의 시간을 맞이하며 간호로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