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해
모처럼의 쉬는 날, 산책을 하며 5월의 일상을 만끽한다. 봄은 이미 성큼 지나 6월의 태양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지막하게 흐드러져 노랗게 밝히는 길가의 풀꽃은 햇살의 빛만큼이나 눈부시다. 아파트 둘레를 천천히 따라 걷는 내내 만나는 것들이 새롭다.
알고 있지만 새로운, 보았지만 다시 보게 되는, 당연하다 여긴 것들이 당연함이 아닌. 만나는 자연 안에 그만 나는 가장 작은 일부가 된다. 얕은 담장 너머로 빨간 장미가 붉게 인사한다. 어디서 그런 빛깔을 타고났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태곳적부터 흙 안에 간직된 씨앗이 시간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 이어진 길마다 빛깔의 움직임은 바람과 함께 신선하게 날린다. 빨간 장미는 점점 더 붉게 피어난다. 붉은빛이 주는 역동적인 마음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빛깔이 눈 안에 포개지면 나는 그 빛깔을 따라 길게 호흡하며 마신다.
폐 속에 저장해 둔 것은 5월의 모든 색이다. 은은하게 피어 고운 향을 풍기는 하얀 찔레꽃. 그 향기가 걷는 내내 나의 걸음에 붙어 따라오고 있다. 나의 마음이 콕콕 기분 좋게 찔린다. 길게 호흡하고 눈으로 안아가며 걷는 이 길, 지금 누릴 수 있는 자연 안에 나는 그만 행복해진다. 바쁜 일상에 쉼이 여기 있다. 오늘의 나에게 좋은 간호를 주고 있다.
간호(nursing)의 어원은, ‘양육하다'라는 라틴어 'nutrix'와 '영양을 주다, 키우다, 자라게 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nutre'에서 유래한 것이다. 결국 주는 것. 잘 클 수 있도록 도와가는 과정을 말한다. 돌봄이라는 원천적 본능이 자리한 곳에 보살핌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돌봄과 보살핌의 영역이 모두 간호인 것이다.
나는 간호사이기에 좋은 간호로 보답하기 위해 간호 행위를 하고, 처치와 교육을 토대로 정서적 지지를 이루며, 아픈 이들이 질환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도록 적절하게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을 하는 와중에 궂은일도 많지만 작은 일 하나로 도움을 이어가는 순간이 오히려 좋다. 그 마음의 채워감이 크기에 지금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간호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 소중한 간호를 내게 주고 있을까? 내가 즐기는 일 안에 내가 쉬어가고 기뻐할 일들이 곧 내게 주는 간호임을 느꼈다.
오늘 산책을 통해서 말이다. 모처럼의 쉬는 날 산책이 주는 묘미. 자연과 만나며 치유가 되고 회복이 됨을 느낀다. 그 안에 나를 찾고 지켜내는 일들, 내가 거기에 있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낀다. 간호의 정의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하다.
대한간호협회에서 말하는 간호(Nursing)의 정의는 모든 개인, 가정,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건강의 회복, 질병의 예방, 건강의 유지와 그 증진에 필요한 지식, 기력, 의지와 자원을 갖추도록 직접 도와주는 활동이다.
모든 개인, 가정,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건강의 회복, 질병의 예방, 건강의 유지와 그 증진에 필요한 지식, 기력, 의지와 자원을 갖추도록 직접 도와주는 활동
Nursing is an activity of directly helping all individuals, homes, and communities to obtain necessary knowledge, energy, resolution and resources to recover from and prevent diseases, as well as maintain and enhance health.
간호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최상에는 인간이 있다.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양의 인(人)과 문 사이의 틈을 의미하는 간(間)이 만나 사람 사이, 결국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다.
둘 사이의 틈으로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인간관계.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틈의 차이가 얼마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틈이 주는 간극.
그 사이에 햇살이 비추게 되면 둘의 관계는 좋겠지만 흐릿하여 멀어질수록 메꿀 수 없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나를 안아가는 간호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간호,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간호. 나만 아는 간호가 아니라 내게 쉼이 되는 간호가 결국 타인을 이롭게 하니 오늘의 산책이 주는 간호는 내게 최고의 선물이다. 나로 인한 간호가 이롭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걷고 걸으며 간호로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