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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과 나아감의 사이

어디로 갈 것인가

by 현정아

새로운 곳을 향한다는 것은, 내가 아는 것 외의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안에 놓이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서게 된다. 이처럼 새로움은 분명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현실에서의 안주를 벗어나,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를 영접하는 순간 비로소 나에 대한 성장은 이루어진다. 제자리걸음이던 것이 빠른 걸음으로 바뀌고, 뛰기까지 하니 호흡은 차오르고 심장은 두근거린다. 두근거려야 더 단단해진다. 그대로인 것은 탄성이 없기에 제자리 그대로일 뿐이다.


새로움은 변화의 영역에서 개인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변화는 내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내가 행하는 마음과 태도의 융합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진다. 변화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여 준비하고 적응해 가는 것이다. 변화로 인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게 된다.


변화가 있으면 그에 따른 지식과 경험을 쌓아갈 수 있다. 변화가 있어야 과정을 알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결과로 이행할 수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관점의 크기에 따라 적극적인 태도와 소극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천천히 가더라도, 두렵더라도 일단 해보는 것으로 인해 과정과 결과는 천지 차이로 나타난다. 경험의 차이를 만든다. 경험은 생각을 다르게 이끌고 유연하게 만든다. 받아들임의 차이에 의해서.


처음이라는 글자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처음은 경험으로서의 자기 성장을 이루는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한다. 처음이 있기에 다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을 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든, 젊든 간에 때마다 만나게 되는 모든 순간에 처음은 존재한다. 오늘의 내가 살아내는 방식이 그러하다. 나의 처음은 날마다의 순간이 그것이다. 아침 공기가 다르고 출근하는 하늘의 색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다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은 시작할 용기를 내게 심어 가는 것이다. 내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내가 내밀지 않으면 처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주어진 것을 처음처럼 대하리라. 나에게 오는 일들을 처음 그 마음가짐으로 대하리라.


모르는 것은 다시 익히면 되고, 정확하게 아는 것은 처음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알려주는 일 또는 행하는 일이다.


스스로 모범이 되는 일. 일반적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새롭게 살펴보는 일. 당연하다 여기지 않는 일, 두 귀로 듣고 눈으로 잘 보아가 말을 아끼는 일. 무엇보다 간호하는 데 있어 진심을 다하는 마음은 처음의 것을 잘 지켜가는 일.

임상에 있으면서 별의별 일들을 겪었지만, 그것이 곧 나의 양분임을 안다. 서툰 일들이 쌓인 간호는 처음이라는 허들 앞에 무수히 깨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 넘는 일이었다.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허들이 생긴다. 그러기에 간호는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 가는 단계다. 단계마다 성장통을 진하게 앓아야 비로소 자란다. 몸이 아니라 마음의 크기가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어루만지는 손길이 좋은 간호로 나오려면 내 마음 또한 평안해야 한다. 어지러운 마음은 손길조차 어지럽게 된다. 처음이라는 두려움 앞에 설렘을 더 심으리라. 설렘이 주는 기대와 희망이 새로운 변화로 다가올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기분 좋은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내게 이로울 행위는 내가 행하는 영역에서 뿌듯함을 맞이할 때, 내가 무언가 해내었을 때, 내가 필요한 사람임을 느꼈을 때 등 행복한 감정으로 보상작용이 나타난다. 그것이 자존감을 이룬다.


그러니 처음을 두려워 말자. 처음이라는 도전이 나를 이끌고, 나는 어제의 나보다 훨씬 성장한 사람이 될 테니까. 여전히 나는 간호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것들 앞에서 내가 하는 간호가 좋은 간호로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내는 것이다. 멈춤이 있어야 또 다른 시작이 존재한다. 멈추는 순간 나아갈 다른 길이 열린다. 멈춤에만 끝끝내 멈추지 말고 눈을 떠 다시 보아야 한다. 마음을 열어내어.


결국 멈춤과 나아감은 같은 선상에 있다. 멈춤과 나아감의 영역에 있어 내가 하는 간호를 절대 포기하지 말자.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의 간호가 무엇인지 생각하자. 간호에 개인적인 감정을 부여하지 말고 나를 내려놓고 잘 들어주자. 환자에 이로운 간호를 행하도록 노력하자. 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새로이 구상하고 고민하여 실행하자.


그것이 간호를 향한 나의 또 다른 성장이라 여기며 간호로 답하다.


p.s. 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오늘 나의 다짐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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