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남겨지는 향으로

by 현정아

찔레꽃


시│현정아


작디작은 혼이 낳은 순결을 가만히 불어넣는다

하얀 꽃은 그대로 그리움을 포개어 놓고

남겨진 자리마다 향을 고이 담는다

퍼질 듯 은은해질 사랑은 애처로운 향

그 향이 너무나 고와 가슴이 찔려 온다

서서 보는 사랑의 낱말은 그대로도 은은하지만

간직될 그리움의 시간은 그것보다 깊어

도저히 색으로 나타낼 재간이 없다

순백의 빛, 그 사랑만큼 향은 애달프다




찔레꽃이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작은 꽃망울에 맺힌 시간만큼

형용할 수 없는 애달픔이 조용히 함께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


작고 하얀 꽃잎은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말을 건넨다.


가녀린 듯하지만 단단하고,

조용하지만 선명한 빛을 품은 채.


찔레꽃은 향기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멀리서부터 은은하게 풍겨오는 내음은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저절로 눈에 들게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향인지는 몰라도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바라보면

그 향이 무엇인지는 반드시 알게 된다.


은은하게 퍼지던 향이 코끝에 머물면 점점 진해진다.

문득문득, 예전 소녀 감성을 소환하게 하는 은은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애틋한 사랑이 된다.


한때는 말하지 못한 마음의 떨림이 있었다.

가까이 가면 사라질까 봐,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사랑 말이다.


그리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묵직하게 쌓이고

끝내 가슴 언저리에 고요한 생채기를 남긴다.


그것이 아련한 향기로 자리를 대신한다.

사랑은 고요하게 바람을 타고 향을 실어 보내고

그 마음이 퍼지는 곳마다 애절함이 깃든다.


찔레꽃을 보면 그때의 마음이 떠오른다.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했던 작은 사랑, 소중한 추억.


찔레꽃이 피고 지는 곳.

조용한 사랑의 기억 하나쯤은

이 계절을 따라 머무르게 하고 싶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다가가지 않아도,

그냥 거기 있어 주는 마음.

그런 마음을 향기로 남기어 가는 마음.


누군가에게 찔레꽃처럼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랐던 만큼,

그 사랑이 문득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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