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이르는 길
주말은 일주일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낙이다. 멀리 어디를 가야 한다거나, 쇼핑을 하며 지루함을 달래는 것도 좋지만 나는 가족과 맛있는 것을 먹거나 홀로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공감의 문장을 만나 이루는 시간들이 좋다.
어떤 이는 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지만 잠깐의 틈을 좋은 문장과 만나면 무언가 배워지고 채워가는 느낌이 들어 마냥 좋기만 하다. 조용한 새벽을 맞으며 아침을 맞는 공기 안에 흐르는 독서의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된다. 차오르는 행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을 바꾸니>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래, 내가 뭐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냐 말로 터무니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p.128
한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만 말의 토씨 하나만 바꿔도
세상이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손바닥의 앞과 뒤는 한 몸이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뒤집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가장 먼 사이이기도 하다.
사고의 전환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뒤집고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싶지만,
뒤집기 전엔 구하는 게 멀기만 하다. P.128
책으로 만나는, 배워가는 일들이 세상 삶에 있어 얼마나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일인지 모른다. 물론 책을 통해서만 배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경험과 이루는 밀들에 있어 생각의 차이를 만드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은 독서임에 틀림없다.
박완서 작가의 말처럼 경험 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라고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종이 한 끗 차이지만 큰 차이를 만든다. 나는 어떤 생각으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내 생각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행복하게 사는 법>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반추하는 건 주로 사랑받은 기억입니다.
부족한 것 천지인 곳에서 넉넉한 건 오직 사랑이었습니다.
그게 이른 새벽잠 달아난 늙은이 마음을 한없이 행복하게 해 줍니다. p.131
남이 좋은 점만 보기 시작하면 자기에게도 이로운 것이,
그 좋은 점이 확대되어 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입니다. p.134
어제 도서관에 다녀왔다. 도서관 가는 길을 걸으면 어느새 가을이 조금씩 밀려오는 것이 작은 풀잎과 나무의 초록이 부드럽게 시원해졌다. 여름의 뒤안길, 여전히 더운 낮이지만 선명한 초록 사이로 노란 잎들이 시작되는 것이 아무래도 가을의 절기를 가장 잘 아는 똑똑한 녀석임에 틀림없다.
버틸 줄 알고 변화해갈 줄 아는 현명함이다. 작은 움직임조차 자연의 섭리 안에 흐르는 것이 기특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묵묵히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가 지금의 시절을 잘 견디어 가고 있는가 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단계마다의 주고받음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세상 만물 중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 어찌 취할 게 없는 인간이 있겠는가’
-옛 성현의 말씀 p.136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견처럼 보람 있고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입니다. P.136
지나는 길 학교 옆 도서관 방향에 은행나무 길이 있다. 올해 유난히 은행 열매가 다닥다닥 많이 붙어 휘청거리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 먹었다. 보호하고 남겨질 것들에 대한 인내로 온갖 시름을 뚫고 하나라도 내어주려는 마음 같아서이다. 이 안에서 잘 자라고 웃자라고 떨어지고 썩어 없어지고 결국 남아 가는 것들이 있다. 남겨지지 않는다 하여 한탄하거나 불행해하지 않는다. 자연 안에 선택을 스스로 견디며 그 자리에 있는다. 있는 자리에 불평이 있기보다 노랗게 익어 다시 남겨질 행복을 생각한다.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행복하려고 태어났지 불행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각자 선택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제각각 다릅니다. p.136
유난히 많이 달린 열매가 은행잎 사이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일상 같다. 빼곡하고 빈틈없는 삶을 살아내지만 생각 하나 차이고 가까이의 행복을 익혀낸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잘 견디었기에 그만큼의 결실이 맺힌 모양이다.
과정은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맛볼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많은지. 진정 손바닥 앞뒤 차이로 분명하게 드러나니 이왕이면 나도 행복함을 하루 안에서 찾아가련다. 억지로의 행복이 아닌 자연스러움 행복 말이다.
조금 더 있으면 노랗게 변할 나무 아래 바람이 기대된다. 노란 옷을 입은 바람이 출렁대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는 설렘이 좋다. 그 시간이 바로 기쁘게 맞이할 행복이라서.
부자가 되거나 권세를 잡거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듯이 행복해지는 것도 일종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성공한 소수의 천부적 재능과는 달리
우리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능력입니다. p.138
모든 불행의 원인은 인간관계가 원할치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내가 남을 미워하면 반드시 그도 나를 미워하게 돼 있습니다.
인간관계 속에서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해 버릇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p.139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p.140
예사로운 아름다움도
어느 시기와 만나면 깜짝 놀랄 빼어남으로 빛날 수 있다는
신기한 발견을 올해의 행운으로 꼽으며, 안녕.
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