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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기꺼이 살아가는

by 현정아

가시

시│현정아


웅크리다

돋아나다

뾰족해지다

보호하다

버티다

살아내다

긴 겨울

끝으로

봉긋한

봄이

솟다




겨울은 봄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시련을 딛고 이겨내는 계절이다.

춥고 어두운 빛깔, 이러한 시련이라고 해서 모두 슬픈 것만은 아니다.

살아가는 과정을 이어 주기 위해 단단함을 만들어 주는 계절이다.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겨울은 쉽게 죽지 않는다.

나무는 기둥을 따라 모아진 수분을 저장하고 허투루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모과나무나 월계화의 나무줄기를 보다 보면 겨울을 보내기 위한 나름의 현명함을 만날 수 있다.

가시


가시는 살아가는 방편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애씀이다.

뾰족한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뾰족해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유연함을 기르기 위해서는 날카로워지기도 해야 하니 말이다.


나는 뾰족한 사람일까?

매서운 바람을 적당히 잠재울 수 있도록 단단하게 일어서는 마음을 뾰족한 마음이라 해도 될까?

뾰족함은 어쩌면 따뜻한 봄을 만나기 위해 당차게 버티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뾰족하기에 따뜻해지고 뾰족하기에 품을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이 찔릴 만큼 아프지만은 않다.

어디서든 이렇게 웅크리다 돋아내며 스스로의 방식대로 기꺼이 살아낸다.

자연의 섭리 안에는 이처럼 슬기로운 것들이 많다.

가시 위로 솟아난 겨울이 시간이 지나면 봄처럼 봉긋 피어나기에.

나도 기꺼이 겨울을 담아내겠다.


가시처럼.



가을 빛깔 그대로의 모과나무


겨울을 이겨낸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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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