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에 들어서는 심정으로 퇴근한다

by 광석

일 끝나고 사무실에서 나와 헬스장으로 직행해 한두 시간 몸을 혹사시키고 집에 도착하면, 손에 들고 있던 차 키와 가방은 어느새 검과 방패로 변해 있다. 그리고 마치 검투사라도 된 것처럼 현관문을 비장하게 열어젖힌다. 이미 운동까지 해서 지칠 대로 지쳤지만, 아직 해치워야 할 적이 남아있다. 바로 소파다.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집에 소파는 들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이 콩알만 한 집의 구조상 테이블이 여유롭게 들어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굴복하고 아담한 소파를 놓았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소파는 양날의 검이다. 휴일에는 안락함을 선사하지만, 퇴근 후 자기 계발할 때는 나한테 게으름의 검기를 마구 휘두르기 때문이다.


뭐, 사실 소파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겠지만은. 그럼에도 씻고 나와 책상 가는 길목을 지나갈 때마다 소파와 항상 대치한다. 소파를 노려보면서 몇 분간 보이지 않는 경합을 펼친 끝에 그날의 승자가 결정된다. 일단 이 글이 올라왔다는 건 이겼다는 것이겠지.


과연 오늘은 퇴근하고 나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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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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