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맺고 끊음은 너무 불공평하다

by 광석


나는 관계를 맺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알고 보면 맺는 것보다 끊는 것이 훨씬 더 오래 걸리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질긴 인연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연이란 언제 어디서든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어 쉽게 발전되는데, 왜 그 관계를 끊으려고 하면 처절하게 발악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자물쇠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자물쇠로 잠겨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다 보니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몇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과는 서서히 멀어졌다. 그러다 간혹 십 년 넘게 연락 한번 없다가, 희미하게 형성된 관계의 고리를 이용해 아무렇지 않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봤다.


물론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결국 돈을 빌려 달라거나 난감한 부탁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도저히 연락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무의식적으로 내재된 그 빌어먹을 자물쇠의 고리가 발동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단 연락을 받아줘야 하는 아니, 받아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글쎄, 의도적으로 멀어진 사람들에게는 그게 지옥 같은 순간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자물쇠를 걸어 이 순간을 기념한다. 설령 나중에 헤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것은 추억이 되고, ‘그땐 그랬지’라며 회상할 수 있는 하나의 아련한 물건으로 남는다. 하지만 끊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런 물건은 되레 고통이다.


나는 연을 맺을 때, 자물쇠와 함께 절단기가 제공되었으면 한다. 연을 끊고 싶은 순간이 오면 걸어놨던 자물쇠를 절단기로 끊을 수 있게 말이다. 그 사람에게서 나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 수 있게, 내게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 수 있게.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말끔히 지워버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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