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by 광석

평생 한 책만 읽고 살아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단연코 ‘드래곤 라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의 여정은 일명 ‘마법의 가을’이라고 일컬어진다.


낙엽이 대지를 덮기 시작하고 마침내 첫눈이 오기까지, 그 사람은 평생에 기억될 단 한 번의 가을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모든 계절이 특별하겠지만 내게는 가을만이 마력의 시간에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다


어떤 계절도 흉내 내지 못하는 그 특유의 을씨년스러움은 내게 공허함보다는 안식을 선사한다. 그 헛헛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느낌이 되레 잔잔하고 차분하게 만들어줘서,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을은 해가 거듭될수록 애초에도 짧았던 시기가 더욱더 짧아진 것 같아, 언제 왔는지조차 모르겠다.


고독을 뜯고 씹고 맛보는 자로서, 이 마법의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많이 느낄 수가 없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가을이 인격이 있는 존재라면, 편지 한 장을 보내고 싶다.

보고 싶다고.


해가 지나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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