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앱과 언제쯤 작별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휴대폰을 쓰기 시작했으니 알람 앱과의 인연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학교 다닐 때는 등교하기 위해 알람을 설정했고, 회사 다니고 있는 지금은 출근하기 위해 알람을 설정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인생 통틀어 모닝콜은 애인보다 알람 앱이 더 많이 해준 셈 아닌가.
난 언젠가 알람 앱을 평생 끄는 날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출근을 안 해도 결국 죽을 때까지 알람과 함께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나이가 들면 밤잠이 없어진다고들 하던데, 어쩌면 그때는 저절로 눈이 떠져 필요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한 100억? 아니, 10억이라는 허무맹랑한 돈이 수중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일은 해야 할 테고(오히려 CEO들이 부지런한 걸 보면 이것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질긴 인연은 당분간 쭉 지속될 것 같다. 살아생전의 80%는 알람과 함께 보내지 않을까.
요즘 스마트폰의 알람 앱은 기능이 좋아 인간들의 공휴일도 꿰뚫고 있어 휴일이 되면 자동으로 꺼진다. 그럼에도 난 자기 전에 알람 앱을 켜 본다. 아무리 소프트웨어라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 (설령 내 본업이 개발자라 해도)확인할 건 확인하고 자야 불안하지 않다.
공휴일 전날 밤, 5분 간격으로 설정된 알람들의 초록불들이 전부 꺼진 것을 확인한 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제야 야식 때문에 더부룩한 배를 부여잡고선 침대에 몸을 던진다.
꿀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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