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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또에서 몰디브 마시는 신혼여행 예산

리조트와 여행사 정하기

by 아테냥이


"쉬엄쉬엄 해~"

“그럴 수가 없잖아...!”

예비신랑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단 한 번의 기회라는 생각에 결혼을 준비하며 가장 오랜 시간 찾아본 건 웨딩홀도, 드레스도 아니었다.

수시로 노트북을 열면 모니터에는 언제나 몰디브 리조트 검색창이 열려있었다.


연예인들이 다녀온 초호화 리조트는 처음부터 제외했고 웨딩플래너 제휴 여행사와 유명 여행사들에게 이메일로 견적을 받아보았다.

메일함엔 금세 '프로모션 안내', '허니문 특전'같은 문장들이 가득 쌓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조트 고르는게 뭐가 어려울까? 싶었다.


그런데 추천 리조트들 후기를 하나씩 찾아보니 ‘인공섬'이라 해변에 시멘트가 있기도 했고, '가족 리조트'라 키즈시설이 많아 시끄럽고 신혼여행에는 별로였다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구글지도와 여행전문앱에서 후기 좋은 리조트들을 직접 찾기 시작했는데 너무 많았다.


신혼부부 후기만 골라서 메모하고 오버워터 빌라 사진은 별도로 저장하고, 물빛이 맑다는 글은 따로 표시해 두었다.

그렇게 리스트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60개가 넘는 리조트가 모였다.

다시 줄이고 또 줄여 마지막 후보를 23개까지 좁혀냈을 때, 나는 그 숫자를 보고 어이없이 웃음이 났다.


새벽 두 시, 노트북 화면의 푸른빛이 얼굴을 비췄다.

5박 7일. 항공권, 숙박, 식사, 그리고 그곳에서 만들 추억까지. 1인당 400만 원에서 600만 원 사이. 숫자를 적으며 생각했다. 이 돈이면.. 결혼생활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마흔살의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떠나는 여행은 지금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신랑과 몰디브 신혼여행 예산과 리조트 기준을 정리했다.

(2024년 12월 성수기 기준)


- 5박7일 리조트 예산은 1000만원 정도로 한다.

- 인공섬이 아닌 자연이 살아있는 오래된 섬.

- '니모'와 '거북이'를 만날 수 있는 곳.

- 보트로 진입할 수 있는 곳.

- 키즈시설이 없는 조용한 섬.

- 레스토랑이 여러개이고 맛있어야 한다.

- 허니문 특전이 있어야 한다.

- 풀빌라 앞이 바다이되 개인풀장도 넓어야 한다.


드디어 리조트가 정해졌다.


리조트 해변


리조트에 직접 예약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몰디브는 말레 공항에서 곧바로 리조트로 이동하는 구조라 해외 유심도, 해외 운전면허증도 필요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행사를 꼭 거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직접 예약하면 수수료 아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우리는 리조트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영어로 빼곡한 페이지를 번역기 돌려가며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5박으로 가격을 확인했다.

가격확인 후 여행사에 문의하니 여행사가격이 더 저렴했고 여행자보험이나 챙겨주는 혜택도 많았다.

무엇보다 10%만 선결제하고 환율 좋을 때 나머지를 결제해서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리조트의 디너뷔페


올인클루시브가 뭐야?


몰디브 리조트를 찾으며 처음 알게 된 단어가 있다.

' all-inclusive '


여행 앱에서 가격을 비교하다 보면 같은 리조트인데도 옵션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었다.

'조식 포함' 패키지는 1인당 300만원,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는 1인당 550만원.


'조식만 포함된 걸로 하고, 점심 저녁은 그때그때 메뉴 보고 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후기를 찾아볼수록 그 생각은 순진한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점심에 파스타 하나, 샴페인 두 잔 시켰는데 23만원 나왔어요."

"저녁 코스 요리 시켰다가 1인당 35만원 계산서 보고 기절할 뻔."

후기 속 숫자들이 눈앞에서 아득해졌다.

몰디브에는 팁 문화도 있다.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할 때마다 팁도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이거 오히려 올인클루시브가 낫잖아?"

올인클루시브는 마법 같은 시스템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뷔페는 물론이고 중간에 스낵바와 고급 레스토랑도 무료였고 사케, 모히또, 칵테일까지 무제한이었다.


미니바도 매일 채워준다.

그래서 음식 먹을 때마다 심장이 철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무제한’이라는 말이 주는 환상 속에는 이미 모든 비용이 계산된 금액이라 비용이 상당했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한 약속을 미리 했다. 신혼여행 후기 중에는 멀미나 물갈이로 하루이틀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가 의외로 많았다.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 혹시 아프더라도... 힘내서 밥은 꼭 먹자!



보트타고 리조트로 가는중



마흔의 우리가 떠나는 첫 해외여행인 신혼여행은 12월, 성수기에 가게 되었다.

몰디브는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로 성수기다.


하늘은 파랗고 물빛은 유리처럼 투명한 대신 모든 비용이 오른다. 휴양하기에 딱 좋아서 습하지도 않고 해 가진 저녁도 춥지 않다.

반대로 비수기는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이 강해 사진이나 야외 일정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30%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날씨요정이 된다면 다음엔 비수기를 노려볼 것이다.



맑은 몰디브의 해변 바닷물


견적을 비교하고 혜택을 정리하고 환율을 보며 머리를 싸매던 날들이 지나 마지막으로 여행사 계약서를 확인하던 순간, 예비신랑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 드디어 간다.”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묘하게 뜨거워졌다. 길고 긴 리스트의 끝에서 드디어 신혼여행이 현실로 느껴진 순간이었다.


몰디브 말레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권은 싱가포르 경유와 두바이 경유, 두 가지 선택뿐이라 우리는 6개월 전에 싱가포르항공으로 티켓을 끊어두었다. 하지만 리조트는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수없이 지우고 다시 적어 넣으며 헤맨 시간들은 길었고 때로는 지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고민의 순간들과 시간에 쫓겨 허둥대던 날들조차 묘하게 행복했던 ‘우리 여행의 시작’이었다고 느껴진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몰디브 신혼여행에 관해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편하게 달아주세요.


본문 속 저의 몰디브 ♡리조트 리스트♡가 궁금하신 분들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몰디브로 향하는 우리의 첫걸음, 다음 편에서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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