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Kim Apr 23. 2022

씁쓸했던 Autism Awareness Week

아마 대부분이 모르시겠지만, 4월 2일은 세계 자폐인의 날 (혹은 자폐 인식의 날, Autism Awareness Day)이다. 이 날은 UN에서 자폐 및 자폐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한 날로서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기념하고 있다. 자폐는 특수한 유전자나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장애가 아니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점차적으로 자폐인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렇기에 자폐증과 내 주변의 자폐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는 취지에서 이런 기념일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태민이가 다니는 Oakton Elementary School에서는 이번 주를 Autism Awareness Week으로 지정했다. 이번 목요일에 학교에서 온 이메일의 제목은 "Light it up blue!". 이메일 안에는 태민이와 반 친구들이 Autism Awareness를 상징하는 파란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비 자폐인인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손을 맞잡고 사진을 찍은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른다.







반면 이번 주에 한국에서 들려온 뉴스는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를 주도한 전국 장애인연합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와 비아냥거림도 그렇고 (심지어 공당의 당대표까지 나서서 말이다), 장애인 처우 개선을 위해 부모들이 삭발식을 했다는 기사에도 '나라가 24시간을 어떻게 도와주냐? 양심이 있어야지' 혹은 '왜 지난 5년간은 가만히 있다가 정권 바뀌니 난리냐?'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본다. 한 때는 '이 지옥에서 벗어난 게 다행이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젠 이런 소식을 보고 듣는 것 자체가 안타까울 뿐이다. 수많은 장애인의 부모들이 얼마나 처절한 마음으로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지, 심지어 해외로 떠밀리듯 떠나가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국 사람들은 언제쯤이면 장애인을 같은 인간으로 대할까? 사비를 털어서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른 국민들처럼 평범하게 이동하고, 일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달라는 요청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답하는지 모르겠다. 부디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서 언젠가는 미국처럼 장애인과 그들의 부모가 당당하게 도움을 받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리고 거기에 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전 19화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나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