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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Mar 20. 2021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나였다

한 권의 책에서 배우는 육아 철학

배리 프리전트(Barry M. Prizant)의 저서인 "독특해도 괜찮아"는 제목만큼 독특하고 특별하다. 필자 개인적으로 자폐에 관련된 책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데, 치료 기법이나 이론 설명에 치중하는 많은 책들과는 달리 자폐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가짐과 아이에 대한 이해를 무척 강조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목적은 아이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

2. 바뀌어야 할 것은 아이가 아니라 우리 (부모)의 관점




이 글에서는 태민이의 독특함, 그리고 책에서 얻은 교훈을 통한 필자 부부의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특이한 행동 


자폐 아동들은 매우 예민해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고, 작은 자극에도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민이도 마찬가지로 펄쩍펄쩍 뛰어다니기, 같은 말 반복하기, 노래 부르기 등을 주변 사람이 지칠 정도로 반복하곤 했다.


저자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단서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잘 걷다가 갑자기 더 안 가겠다고 주저앉는 게 아이의 성격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워낙 귀가 예민하기에 멀리서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무서워서 주저앉은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 부부가 아이를 혼내는 대신 많은 관심 주고 확인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을 때, 태민이의 반복 행동이 많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운 호텔 5월!"을 반복할 때 "응, 태민이가 아빠랑 얘기하고 싶구나. 맞아, 우리 5월에 여행 가서 호텔 가. 태민이 똑똑하네 이걸 기억하고!"라고 이야기해 주는 식이다.  



#2. 집착을 열정으로 바꿔주기 

 

자폐아동들은 특정한 사물에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태민이도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자판기, 문 등 다양한 사물에 대한 집착을 보였고, 길을 걷다가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통해 애를 먹은 적이 많다. 부모 대부분은 이를 '증상'으로만 치부하고 무시하거나 고치려고만 하는데, 아이가 집착하는 부분을 이용하여 흥미와 동기를 부여하고 사회성 기술을 향상한 사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번호판에 집착하고 기억력이 좋은 에디를 본 학교 선생님은, 아이에게 차의 번호판 사진을 찍고 차량 주인과 인터뷰해서 발표하는 숙제를 준다. 아이는 신이 나서 최선을 다해 숙제를 하고 부모 앞에서 발표했고, 이를 통해 사회성과 의사소통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필자도 이 사례에 나온 방법을 활용해서 효과를 본 적이 있다. 태민이는 숫자와 반짝이는 버튼을 좋아하기에 엘리베이터나 자판기 등을 보면 절대 지나치지 않고 한 번씩 타보거나 버튼을 누르고 난 뒤에야 가던 길을 가곤 하는데, 태민이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엘리베이터를 주제로 한 책을 사서 올라가는 건 덧셈, 내려가는 건 뺄셈 식으로 가르쳤더니 단순히 숫자를 더하고 빼는 기술을 가르칠 때보다 아이가 훨씬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 감정 이해하기 


자폐아동들은 “감정” 자체를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아동들은 자라면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본능적으로 감정이 무엇인지 배우는 반면, 자폐 아동들은 상대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떨어지고 이에 따라 감정에 대한 학습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가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우는 얼굴 등의 사진을 태민이에게 보여주며 "이 사람 기분이 어떨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거의 답을 맞히지 못했다. 


책에서는 사진, 부모의 표정 등을 보여주며 감정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이가 감정을 느끼는 바로 그때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자폐 아동들은 상대방의 표정을 보면서 상대의 감정을 느낀다는 프로세스 자체를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부부도 이를 배운 뒤에는 얼굴 표정을 보여주고 “이게 행복이야” “이게 슬픈 거야”라고 가르치지 않고, “태민이는 지금 행복하구나”, "장난감이 망가져서 태민이가 화가 났네" 하는 식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었다. 또한 감정을 나타내는 차트 및 카드를 이용해서 아이가 본인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왔고, 어느샌가 아이가 본인의 감정 (Happy, Sleepy, Angry, Tired..)에 대해 조금씩 표현하게 되었다




자폐를 가진 아이는 대부분 독특하기에, 한국처럼 다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곳에서는 부모가 본능적으로 아이를 '고치려'하기 쉽다. 하지만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이다. 아이의 독특함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면서 아이를 인도할 때 비로소 우리는 아이가 자기의 삶을 통제하는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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