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를 위한 프리스쿨을 찾아서(1)

미국 프리스쿨에 대한 큰 기대 그리고 좌절

by Sol Kim

미국행이 확정되고 나서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중 하나는 태민이의 프리스쿨 (Pre-school. 만 0~4세 아동을 위한 day care 시설) 입학이었다. 필자가 MBA에서 합격 통보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학교 부설 프리스쿨의 대기 명단에 아이 이름을 올려놓는 것이었으니까. 대학교 부설 프리스쿨은 평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1년 전에 대기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보다 서둘러야 했다.


태민이의 첫 단체 생활이었던 '영어 놀이학교'도 미국에 있는 프리스쿨을 위한 준비과정 중 하나였다. 언어치료를 통해 36개월에 겨우 말을 시작한 아이에게 영어 놀이학교가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지만, 바로 내년에 미국에 가서 프리스쿨을 다녀야 한다 생각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 태민이는 놀이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원어민 선생님이 정말 태민이를 사랑해주셨는데, 선생님은 아이와 늘 함께하면서 알파벳은 물론 많은 노래와 동화들을 들려주었고 그 덕분인지 태민이는 미국에 가기 전에 영어로 간단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달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꽤 부담스러웠지만, 이렇게 준비했으면 미국 프리스쿨에 가도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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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프리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많은 문서들이 필요했는데 예방접종 기록, 시력검사 및 청력검사 결과는 물론이고 건강 소견서까지 필요했다. 그런데, 태민이를 진찰하고 나서 의사는 우리 부부에게 아이의 자폐가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제공하였다. 필자는 '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정확히 알겠어? 커가면서 바뀌겠지'라며 애써 무시했고, 아내는 이 문서를 가지고 어떻게 미국에 가냐며 놀이학교 선생님이나 주변의 부모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지만 끝내 의사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은 필자와 아내 모두 의사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가 제공한 '자폐 (Autism)'라는 단어가 들어간 소견서가 있었기에 학교 및 테라피 시설에서 필요한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만약 저 소견서가 없었다면 미국에서 발달 검사를 비롯한 여러 절차들을 하나하나 거쳤을 것이며 검사 대기만 1년 이상 걸렸을 수도 있다.






2017년 8월, 대학교 부설 프리스쿨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인터넷에서 본 좋은 평가나 후기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항상 친절하던 다른 텍사스 사람들과는 달리 프리스쿨 사람들은 뭔가 사무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반에 아이들이 20명 정도로 꽤나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아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고 설령 울더라도 달래주지 않았다.


태민이는 이 반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물론 언어 문제도 있었겠지만 일단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자체가 힘겨웠던 것이다. 한국의 놀이학교는 한 반에 아이들이 최대 6명 정도였고 보조교사 선생님이 태민이를 늘 도와줬던 반면 여기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이를 주의 깊게 본 프리스쿨 디렉터는 필자와 아내를 조용히 불러서 이야기했다. '아이가 우리 기관에 다니기는 버거우니 다른 프리스쿨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이를 이곳에 넣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눈 앞이 깜깜하고 기가 막혔다. 다른 프리스쿨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아내는 디렉터에게 '1주일만 시간을 주면 어떻게든 아이를 적응시켜보겠다. 내가 아이 보조를 하겠다'라며 사정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서 깨달은 것은 사람의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아픔이었다.


디렉터는 이런 아이와 아내가 불쌍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1주일이 지나고 있었던 면담에서 아내는 등록을 포기하겠다고 했고, 그는 자신이 손수 만든 특수 아동들을 위한 프리스쿨 리스트를 아내에게 넘겨주었다. 이미 학기가 시작되어서 자리가 많이 없을 테니 서둘러야 한다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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