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마흔이마흔에게9(당신의 친구가 당신의인생이다)

40대,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 버티는 우리를 위하여

by 김태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20년차 직장인 입니다. <작가는 처음이라>,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작가 입니다.


40대, X세대를 응원하는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저자가 책의 원고를 브런치 가족분들께 시리즈로 공개합니다


코로나 판데믹 시대, 위기의 ‘마흔’, 이제 진짜 나를 만나야할 시간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스토리9_당신의 친구가 당신의 인생이다



예전에 <명품 인생 감별법>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명품 인생을 인정받기 위해 통과해야 할 미션은 하나다.


‘한밤중에 불쑥 찾아가서 라면 하나 끓여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있다면 제대로 잘 살아온 인생이고, 없다면 허투루 산 인생이라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 많지는 않지만 한 명은 확실하고 나머지 한 명은 세모. 다행이다. 적어도 허투루 살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머릿속에 가만히 그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한밤중 예고 없이 불쑥 들이닥친 친구의 첫마디가 “라면 있니?”란다. 사실 친구는 라면을 사먹을 돈이 없어서도, 배가 고파서도 아닐 것이고, 불면증에 시달려서도, 심심해서도 아닐 것이다.


이럴 때는 이유를 묻기에 앞서 ‘무언가 몹시 힘들고 외로운 일이 있나보다’ 하는 마음에 말없이 라면을 끓여 주는 친구, 그런 친구 한 명만 있다면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명품이며, 그 친구로 인해 남은 인생 또한 행복하고 그리 고단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갑작스러운 방문, 젓가락질 사이에 오가는 따스한 눈길만으로도 벌써 서로는 위로하고 위로받을 것이다.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자기 몫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힘들고 외롭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 든든한 버팀목인가?


만약 나에게도 한밤중에 라면을 찾는 친구가 찾아온다면, 따뜻한 라면 옆에 술도 한 잔 살며시 내려놓겠다. 앞만 보며 달리지 말고, 힘들고 고단한 몸 쉬엄쉬엄 살아가라고…….


한밤중에 불쑥 찾아가서 라면 끓여 달라 할 친구가 없다고? 그렇다면 ‘아쉬운 대로’ 아내나 남편이 대신하면 어떨까?


시작은 아쉽지만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한밤중에 친구 집까지 가서 민폐 끼치지 않아 좋지, 서로의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알아 편하지, 아픈 상처가 빠른 속도로 치료가 가능하니 실용적이지…….


부부가 한 잔 술로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삶이라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풍경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은 중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베스트 프렌드가 생기게 된다.


공부 스트레스와 사춘기의 고민을 모두 풀어줄 친구 말이다. 나 같은 경우도 지금 제일 친한 친구들이 중학교 때부터 쭉 알고 지낸 녀석들이다.


대학교 때나 특히 직장에서는 특별히 친한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 만난 친구는 무엇인가 목적을 위해 만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면에 학창 시절 때 만난 친구들은 허물없이, 계산 없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기에 만났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나의 약점까지도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다.


나의 눈물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중년의 고단함을 이겨내게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다.

결혼과 육아라는 관문을 거치며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처럼 친구를 자주 만나거나, 무언가를 함께 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각자 가정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식구에게 더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중반을 살아온 우리에게 중요한 건 친구의 숫자나 만남의 횟수가 아닌, 우정의 밀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자신의 심금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진짜 친구가 필요하다.


평생 같이할 친구가 세 명만 있으면 진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평소에는 연락을 잘 하지 않지만 꼭 술자리를 하고 기분이 조금 알딸딸해지면 친구에게 전화를 한 번씩 거는 습관이 있다.


상당히 안 좋은 습관이긴 하나 평상시에 사회생활로 만나기 힘든 친구들에게 알코올의 힘을 빌려 통화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알코올의 힘 없이 전화를 걸어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신의 핸드폰 연락처에는 몇 명이 저장되어 있는가? 그중에 밤늦게 찾아가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할 진짜 친구가 있는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여러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직 딱 한 사람, 그 한 사람이면 족하다.


그 친구의 이름만 들어도 힘이 솟고, 얼굴만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그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살다보니 유유상종이라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걸 많이 봐왔다.


예를 들면 담배를 많이 피우는 친구의 주변에는 흡연자가 많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의 친구들은 명품을 좋아한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은 친구들 중에도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많다. 나는 소박한 꿈을 나누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나와 비슷하게 금전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가진 것에 만족하는 편이다.


간혹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불쌍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제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누구와 안다거나, 자기의 친척이나 친구 중에 성공한 사람이나 힘 있는 사람이 많다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랑하는 사람이다.


어느 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당신의 인생은 없습니까?’라고 묻고 싶을 때가 생긴다.

더 나아가 지인들의 힘을 빌려 자신을 과시하거나 그 사람의 이름 뒤에서 자신을 빛나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볼 때면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그 사람의 입에서 유명한 사람이나 힘 있는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면 내릴수록 자신의 인생이 보잘것없어진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뜻이니까. 사실 그런 사람들은 좀더 알다 보면 자존감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예상 수명이 100세를 넘어 120세가 되어가는 요즘, 이 길고 힘든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진짜 친구가 필요하다.


마라톤에서 함께 달려줄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누군가는 “친한 친구 열 명만 있으면 억대 연봉자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사실 열 명도 필요 없다.


그냥 한밤중에 찾아가 라면을 끓여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만 있다면, 아니 내가 정말 힘들 때 소주 한 잔 하자고 번개 칠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다면, 직장에서 가정에서 하루하루 한없이 작아지는 중년의 고단한 우리네 삶도 한결 힘이 나고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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