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 버티는 우리를 위하여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20년차 직장인 입니다. <작가는 처음이라>,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작가 입니다.
40대, X세대를 응원하는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저자가 책의 원고를 브런치 가족분들께 시리즈로 공개합니다
코로나 판데믹 시대, 위기의 ‘마흔’, 이제 진짜 나를 만나야할 시간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스토리10_나는 매일 사표제출을 꿈꾼다
최근 직장인 관련 사이트에서 직장인 1,1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중 94%가 아파도 참고 출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과거 부존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제 개발을 하다 보니 기댈 수 있는 곳이 인적자본과 노동력이기 때문이었다.
통계적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2016년 기준) 노동 시간은 2,069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다.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763시간보다 306시간(17%) 길다. 세계 최고로 높은 노동시간은 물론 아파도 아프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우리네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인의 대부분은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은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멋있게 사표를 던질 날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참고 있을 것이다.
나와 친한 직장 동료는 매주 로또 복권을 사는데 혹시 월요일에 자신이 출근하지 않으면 로또 1등에 당첨된 걸로 알고, 자신의 퇴직금으로 부서 회식이나 하라는 말을 장난삼아 하고 있다.
받은 돈으로 자신이 오래전부터 꿈꾸어 왔던 아이템으로 속 편하게 장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물론 결론적으로 몇 년째 매주 월요일마다 꼬박꼬박 아침 일찍 출근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2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나도 사실 조직의 굴레를 벗어나 모든 직장인의 로망처럼 언젠가는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품고 있다.
속이 좁아서 상대방의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기 쉬운 성격에다 능력이 부족해서 치열한 경쟁구조인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아내에게 이런 속내를 보이면 펄쩍 뛰며 말린다.
우리 부부는 양가 모두 IMF를 치열하게 겪으면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내는 최대한 내가 안정된 소득 근로자로 살기를 원한다.
70세까지만 벌면 좋겠다며 농담반 진담반 은연중에 압박 아닌 압박을 하고 있다. 70세가 되면 나를 풀어준다고 공식 선언도 했다.
아내가 그럴 때마다 나는 65세가 우리나라 성인 건강 수명인데 그 이후가 되면 돈이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어디 여행이라도 다니겠냐며 핏대를 세우며 반항하고 있다.
노후를 준비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은퇴시기를 최대한 늦춰서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경제적 크레바스를 잘 극복하는 것이라 한다. 아내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아이의 교육비, 출가 등 지출구조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생활고 때문에 또한 용기도 나지 않아 현실과 타협한 나머지 오늘 하루도 나는 터벅터벅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치열한 경쟁사회인 정글 같은 직장에서 이만큼 오랫동안 월급을 받고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축복이다. 다른 사람보다 크게 명석하지도 않은 내가 회사 선후배 동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나처럼 진짜 자유를 원한다. 연차가 올라가면 갈수록 어느 순간 회사의 소모품이 된 듯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평생직장은 없고 평생 직업만 남은 세상에서 상시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 버티려면 더 이상 내가 속한 직장에 목매지 말아야 한다. 명함 뒤에 숨지 말고 명함으로부터 자의든 타의든 독립해야 할 때를 준비해야 한다.
매년 취업시즌이 되면 모기업에서 몇 만 명을 채용한다거나, 몇 천 명을 채용한다는 기사를 보곤 한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보통의 기업이 매년 비슷한 수준의 임직원수를 유지하는 것은 채용한 만큼 쓸쓸히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임원 승진도 마찬가지다. 승진하는 임원만큼 조용히 뒤에서 눈물을 훔치며 짐을 챙기는 사람이 있다. 특히 내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국내외 환경 변화 즉 유가, 내수 위축, 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한 해라도 조용히 넘어가던 시기가 없었다. 4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개그 소재로 난 인터넷 기사에서 ‘여성이 결혼하고 싶은 이상형은 고길동?’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만화 영화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고길동은 주인공인 둘리에게 항상 당하는 어수룩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면 직업이 연봉 5,000만 원인 공무원이고, 서울에 시가 10억 원 넘는 마당 있는 집을 갖고 있어 배우자로서 최고라 한다.
또한 ‘가수 송해 씨가 최고의 신랑감인 이유’도 비슷하다. 아흔의 나이에도 집에 돈을 벌어 오고, 집에 붙어 있을 때가 별로 없고,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 돌아다니며 특산물을 한 번씩 챙겨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IMF와 미국발 금융위기 등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체제를 흔들고 기존 가치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대한민국의 큰 변혁이 변화에 순응하기 쉽지 않은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 중년의 고개에 들어선 우리들은 내 자녀의 짐, 직장의 짐, 가난의 짐, 부모의 짐 등을 짊어지고 오늘도 묵묵히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진주도 조개의 상처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조개 안에 모래알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조개는 그것을 감싸기 위해 체액을 분비하는데, 그 체액이 쌓여 단단한 껍질을 이루어 진주가 되는 것이다.
결국 진주는 상처의 고통을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결과다. 반면에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고통에 저항하지 않으면 진주조개는 병들어 죽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짐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듯이 조개에게는 상처와 고통이 자신을 아름답게 살리는 존재가 된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늘 날씨가 좋으면 지구는 온통 사막으로 변하게 되고, 여름에 찾아오는 무서운 태풍이 없으면 바다가 썩게 된다. 살아가면서 겪는 우리들의 고통이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다.
예전에 모시던 임원분이 있었다. 그분이 언젠가 이사를 했는데 회사일이 너무 바빠 며칠을 집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사한 주소를 아내가 가르쳐 주지 않아 집 찾는데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뒤로 이사 갈 때면 아무리 바빠도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꼭 안고 있다고 하였다.
가족들이 자신을 버리고 가지 못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은 버릴지라도 강아지는 버리지 않을 거라는 푸념을 하며 말이다.
조직 내 알력 때문에 사무실에서 실신한 나머지 119에 실려 간 직원을 본 적이 있다. 마치 예전 영화 폐쇄된 기관에서 일어나는 도가니가 상상되는 현장도 경험했다.
상사는 자신의 승진에만 관심이 있어서 성과를 내도록 직원들을 쪼아대고, 서로 싸우도록 종용했다. 팀워크는 모래알처럼 바뀌고 직원들 사이의 무한경쟁과 시기, 질투, 모함이 횡횡하도록 방치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조직에 대한 회의와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마흔이 되면 누구나 직장에서 한 번쯤 이런저런 사유로 크고 작은 좌절이나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누군가 내 공을 빼앗아 갔을 터이고, 자기가 믿고 따르던 상사가 갑자기 밀려나면서 패장의 졸개들로 전락해 버린 적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인격모독 같은 상사의 욕으로 인해 사표를 내고 싶을 정도로 깊은 상처도 받았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 번쯤 내가 왜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지,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년에 들어선 우리들은 혹독한 겨울이 있어야 따뜻한 봄날이 더 눈부시다는 자연의 이치를 자연스레 체득한 상태다.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야 한다. 로또 당첨까지는 아니더라도 멋있고 당당하게 아름다운 사직서를 던질 날을 상상해 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