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11(응답하라 X세대)

40대,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 버티는 우리를 위하여..

by 김태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20년차 직장인 입니다. <작가는 처음이라>,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작가 입니다.


40대, X세대를 응원하는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저자가 책의 원고를 브런치 가족분들께 시리즈로 공개합니다


코로나 판데믹 시대, 위기의 ‘마흔’, 이제 진짜 나를 만나야할 시간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스토리11_응답하라 X세대


토닥 토닥 마흔이 마흔에게 표지 이미지(평면).jpg



최근에 회사분위기는 부서장급인 간부들이 제일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하는 편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사회초년병 시절에는 가장 먼저 출근해서 부서장과 고참들이 모두 퇴근하고 나서야 늦은 밤 사무실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젊은 직원들 눈치를 봐야한다. 그들은 개성이 강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철학에 맞지 않으면 NO!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퇴근시간이 되면 “수고하셨습니다” 박력 있게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또한 회식을 하려면 최소 일주일 전에는 미리 공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닥다리, 센스 없는 꼰대라는 말 듣기 딱 좋은 세상이다. 번개를 하려고 해도 민폐 캐릭터가 되기 쉽다.


예전에는 회식 때 삼겹살 먹는 게 직장 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지금은 <테이스티 로드>라는 프로그램에 나올법한 웬만한 맛집 아니면 술자리를 하자고 말하기도 눈치 보인다. 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런 후배들의 눈치를 봐가며 잘 구슬려서 가야한다.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부러울 때가 있다. 지금은 20여 년간 월급쟁이로 살다보니 여기저기서 얻어 터져 둥글둥글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나 역시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열정을 품고 삶을 살던 시기가 있었다.


세상은 그 당시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들 멋대로 우리들을 ‘X세대’라고 규정했다.


0124(영원히 사랑해), 8282(빨리빨리), 486(사랑해), 7942(친구사이)……. 이게 무슨 암호인지 대충 해석이 가능하다면 당신 또한 X세대 인증 완료! 1990년대 중반 수학의 미지수인 ‘X’가 붙어 탄생한 X세대. ‘신인류’라 불리던 이들은 삐삐 숫자 암호로 대화를 나눈 그 당시로서는 가장 트렌디했던 세대였다.


그 당시 나도 모토로라 삐삐와 스타택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문명의 이기를 온몸으로 향유했었다. 영원히 폼생폼사로 살 것 같던 X세대는 지금, 서태지와 장동건, 고소영이 그렇듯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당시 X세대를 표방하던 인기 모델 김원준과 이병헌의 트윈엑스 화장품 광고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렇다. 한때 X세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한민국에 등장했다. 1990년대 초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소비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우리들의 취향과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천편일률적 문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하기 시작한 기괴한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오죽하면 그 당시 ‘신(新)세대’, ‘신인류’로 불렸을까. 산업화 · 민주화 물결이 대한민국을 한차례 할퀴고 지나간 그 시절, X세대에게 관심사는 오직 ‘나 자신’뿐이었다.


개인주의 세대의 탄생을 알리며 등장한 우리들은 기존 질서를 전복해 세상을 바꿀 것처럼 떠들썩했다.

하지만 오늘날, 혈기 넘치던 X세대는 다 어디로 갔을까? X세대는 언제부터 언론이나 이 시대의 담론에서 멀리 밀려나 있다.


베이비부머, 386세대, 에코세대, 밀레니엄세대는 아직도 각자의 영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세대전쟁의 치열한 격전지가 된 현재의 대한민국.


세대전쟁의 양극단에는 베이비부머와 386세대로 구성된 ‘부자 아빠’, 에코세대와 밀레니엄세대로 구성된 ‘가난한 아들’이 있다. 이 사이에 낀 우리 같은 X세대는 통상 1969~1979년생 까지를 일컫는다.


X세대가 등장한 지 20여 년, 우리 중년 세대는 낀 세대로서 받는 상실감이 꽤 크다. ‘어느 세대나 낀 세대는 항상 힘들지 않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세대가 직면했던 고통은 사실 상당했다.


세계화 흐름에 맞춰 큰 꿈을 꾸며 자랐지만 대학 졸업 전후로 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아 누구보다 취업전선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승승장구를 거듭해야 할 30대에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다.


선배들처럼 한 푼 두 푼 알뜰히 모은 돈으로 본격적으로 집을 사고 넓히려는 시기에 아파트값 폭등으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역풍을 고스란히 맞았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개발의 수혜도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우리 세대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런가 하면 위 · 아래 세대에 비해 소위 ‘기(氣)’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서바이벌 스킬과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베이비부머 눈에는 우리 세대가 비실비실해 보이고, 자기표현이 당당한 아랫세대의 눈에는 우리들이 힘없고 답답해 보인다.


X세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에서 낀 세대를 처음 경험하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베이비부머는 성장 과정에서 힘들었지만 후에는 산업화의 수혜를 독점할 수 있었고, 2030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자라다가 막상 사회 진출 후 힘든 세대다.


반면 우리같이 40대인 X세대는 성장 과정에도, 성장 후에도 아무런 수혜를 받지 못했다. 2차 베이비부머(1966~1974년생)와 겹쳐 성장 과정에서 그 어느 세대보다 치열했고, 경제적으로 크게 풍족하지도 않았다.


심리적으로는 선배 세대와 비슷한데, 환경은 후배 세대와 공유하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윗세대는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세대였고, 아랫세대는 꿈이 없는 세대다.


일찌감치 현실의 높은 장벽을 받아들이고 ‘욜로(YOLO)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목표 중독의 마지막 세대 같다. 돈키호테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꿈꾸며 365일 쉼 없이 돌진하는…….


그래서 X세대를 영원히 주연이 될 수 없는 조연 세대이자,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유독 큰 이중적 세대라 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자녀에게는 선배 세대가 만들어놓은 사교육 열풍이 기다리고 있다. 사교육 시작 연령은 점점 낮아져 이제는 낳자마자 어린이집이나 영어유치원에 등록하고, 돌이 되면 각종 문화센터에 보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마치 ‘영어유치원-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특목고-SKY, 외국 대학’이 성공한 인생의 정규 코스이자 신앙처럼 우리들을 사교육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세상은 능력 있는 아빠의 증거로 아내가 자녀를 데리고 해외로 유학 가는 ‘기러기 아빠’를 제시한다. 저축은커녕 사교육비에 담보 대출 이자가 불어 마이너스통장 금액이 점점 늘어가는 세대가 된 것이다.


게다가 국내외 경제 위기에 따른 여파로 직장에서는 사오정(45세 정년), 삼팔선(38세 명예퇴직)의 압박에 내몰리게 되었다.


본격적인 인사 적체로 승진은 해가 갈수록 늦어지고, 대학 졸업장에 성실하기만 하면 부장까지 자동으로 올라가던 선배들의 이야기는 옛날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기성세대가 40대 초반에 앉았던 자리를 우리는 빨라야 40대 후반, 늦으면 50대 초반이 되어서야 겨우 오른다. 사람들은 현재 우리나라 직장 문화에 대해 ‘3세대가 함께 일하는 환경’이라고 정의한다.


X세대는 위로는 권위적인 상사의 눈치를, 아래로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젊은 폴로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2030세대가 바라보는 X세대는 ‘제 밥그릇 못 챙기는’ 세대다.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9시부터 6시까지가 근무시간인데, 왜 눈치를 봐야 하나. 선배 세대(X세대)는 능력은 있으나 답답하다. 온갖 궂은일은 다 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부르짖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삶의 무게는 무겁지만 하소연할 곳은 마땅치 않다. 그러다 보니 정신건강이 나쁠 수밖에 없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전체 공황장애 환자와 조울증 환자 가운데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성과 압박, 피할 수 없는 사내 정치,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구조조정이 우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늘 지난해보다 올해, 지난달보다 이번 달,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은 수익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때로는 이 무게를 이겨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떠나자니 아내가, 아이가, 노부모가 눈에 아른거린다.


지금보다 좋은 직장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현실적으로 중년의 우리에게 이직시장은 빙하기이고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중간 관리자나 팀장급 정도면 이직이 애매하다.


차라리 더 높게 치고 올라가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다면 타 기업 임원이나 CEO로 갈 수도 있다. 아예 직급이 낮아 실무를 하고 있어도 기회가 제법 있다.


하지만 관리직을 맡은 우리 같은 중년은 애매한 나이다. 여러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는 중년의 직장인에게 현실적 선택지는 많지 않다.


특히 숙련도에 걸맞은 임금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해법은 눈높이를 낮추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의반 타의반 치킨가게 같은 자영업이나 귀농을 택해야 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한 구절이다. 모든 세상만사가 내 맘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에도 없듯이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낀 세대라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해피엔딩으로 바꾸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 유연한 사고를 통해 조직을 바꾸고 더 나아가 조금씩 세상을 바꿔 나갈 저력이 있다.


우리들의 인생 선배에게는 그들이 다루기 힘들어 하는 디지털 세상을 연결하고, 젊은 후배들에게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하여 팍팍한 대한민국을 좀더 활기차고 살맛나게 만들 능력이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낀 세대가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의 융합적 통찰력을 가진 그대들, 응답하라 X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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