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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의꽃 Nov 21. 2024

7. 우리 동네 구멍가게에는 인터넷을 판다.

잘 터지지 않아서 그렇지

아프리카 시골마을이긴 해도 이곳에도 열에 다섯은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다. 

비록 통화만 하고 문자만 할 수 있는 2g 핸드폰이기는 하지만 문명 가운데 살고 있다.

언젠가 다 떨어진 옷에 신발도 신지 않은, 사흘에 피죽 한 그릇 먹지 못한 것 같은 뼈만 앙상한 남자가 흙집 앞에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  

내눈에는 아사직전으로 보였던 그의 손에 핸드폰이 들려있기까지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형편이 조금 괜찮은 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돈만 있으면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마음껏 헤엄쳐 다닐 수 있다.  

출처 :theburtonwire

이곳에서는 wakal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가게에서 보차라는 데이터를 판다. 

다르살렘 같은 대도시나 모시 같은 중소도시나 우리 마을 같은 시골촌구석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wakal라고 쓰여있는 집은 각 통신사의 대리점들이다. 

아마 인구의 수만큼이다 wakal가게가 있는게 아닐까 정도로 가게가 많은 것을 보니 드폰 사용자들이 많은가 싶었는데 특별한 허가 없어도 wakal 가게를 할 수 있다 보니 이곳 사람들의 중요한 직업이기도 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과연 수입이 있을까 싶지만은. 

복권처럼 긁어서 나오는 숫자를 핸드폰에 입력해서 사용하는데 3천 실링(한국돈 1,500원 정도) 1.5기가 데이터를 구입해서 정해놓은 자신이 정해놓은 일주일. 보름. 한 달의 시간 내에 사용한다. 

여유가 되는 이들은 한 달에 50기가 데이터를 구입해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천 실링에 500메가를 일주일정도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와이파이는  없다.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모시에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시골마을에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한국만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럭저럭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이런 시골에서도 인터넷과 핸드폰은 사람들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선교사님으로부터 많은 사진과 자료와 영상을 받았기에 당연히 인터넷 사정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를 제작해 볼 요량이었다. 

아이들의 영상을 찍어 브이로그로 만들어 SNS에 영상으로 올리고 행여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후원자와도 연결시켜주고도 싶었다. 

많은 이들에게 이곳 아이들의 상황을 전하고 나누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의 인터넷 사정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송출하기엔 어림도 없는 속도였고 그나마 나의 숙소에서는 전혀. 아예 먹통이다.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린 게 아니고 아예 계획해서는 안 되는 계획이었다.      

유독 나의 숙소에서만 그렇다. 

어느 정도 느린 것이 아니라 아예 먹통이었다. 

콘텐츠는 고사하고 카톡 한통 보내는 것도 불가능이다. 

동네에서 인터넷이 터지지 않은 마의 구간이 바로 나의 숙소인 것이다.  

숙소에 있으면 마치 세상과 아예 단절된 정글 속이나 무인도에 놓인 것 같다.  

 한국에 연락을 하거나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이라도 올리거나 뉴스라도 보려고 하면 그나마 인터넷이 터지는 선교사님이 사택을 빌리거나 소들이 활보하고 있는 센터 마당이나 원숭이들이 활개치고 있는 교회 쪽에 가서 야외에서 판대기를 책상으로 삼아 작업을 한다.

 

이런 줄도 모르고 거금을 주고 구입한 한 달용 데이터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당연히  답답했다. 

도착하자마다 소식 전해야 할 곳도 많았고 무엇보다 딸과 연락이 되지 않으니 많이 답답했다. 

 왜 하필 나의 숙소에만 인터넷이 되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짜증도 났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숙소만 벗어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는 일주일에 한 번 1기가짜리 보차를 구입해서 사용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불모지 환경에 적응하고 나니 일주일에 한 번 보차를 구입하러 가는 것도 복권을 긁듯 보차를 긁어 나오는 숫자를 핸드폰에 입력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숫자가 나올지 일주일 동안 16개의 숫자를 통해 내가 만날 세상이 기대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구입하기 위해 가게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이 정겹다.  

    

숙소를 나와 처음으로 만나는 집의  할아버지는 오늘도 어제와 같은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다.  

오늘은 냄비를 두드리며  땜빵을 하고 있다.  

좀 더 걸어가면 우리 동네에서 가장 부자인 비비 조니를 (조니의 할머니)만난다. 

마을에서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처음에는 외국인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도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나와 마주칠 때마다 불러 앉혀서 먹고 있는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간단한 스와힐리어도 가르쳐준다. 

그리고는 내가 시카모라고 하지 않으면 야단을 치기도 한다. 

내가 어른인데 왜 시카모라고 하지 않냐고. 

나는 듣기 불편한 인사이지만 그녀는 외국인인 나에게 받고 싶은 인사이다. 

하지만 나는 번번히 시카모를 놓쳐서 한 소리를 듣는다.       


오늘도 그냥 걷는 아이들을 만난다. 

어디 가냐? 물으면 언제나 그냥 걷는다는 아이들이 오늘은 나를 만나러 왔단다. 

마마 만나러 왔다는 대답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인터넷을 구입하러 가는 나를 기다려주는 세상이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아이들은 사진을 가질 수가 없다.  

다음 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그냥 걷는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고 싶었다.      

릴리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월요일 오후가 되면 내가 보차를 사러 간다는 것을 알고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릴리. 

내가 건네는 사탕을 기다리는 거겠지만 사탕을 입에 물고서도 한참을 그곳에 서서 나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 

내가 뒤돌아보면 손을 흔들어준다.

인터넷을 구입하러 가는 길 만나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가게에 도착하면 언제 만나도 반갑고 애틋한 아이들이 몰려있다가 나에게 안긴다.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이다. 언젠부턴가 아이들 뒤에서 히잡을 쓴 동네 아이들도 나온다. 

아이들에게 사탕 하나씩 나눠주고 사진 찍기를 하면서 논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다.   

나의 카메라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구경시켜 주기도 한다.  


인터넷을 사러 가는 길. 인터넷에서 담아내지 못한 세상을 만나고 온다.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기에 만나는 세상일지도. 

더 많이 만나고 잘 담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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