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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을 마무리하며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by 따스한 골방 Mar 17. 2025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렇듯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늘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6년의 대학생활동안 어떻게든 진급하고자 쉬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저는 본과 2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1년의 휴학을 선택했었습니다.


유급이 아닌 사유로 휴학을 하는 것은 약 80명이 되는 동기 중에서는 제가 유일했습니다. 다른 학번들을 둘러봐도 저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저는 많이 지쳐있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 믿고 부족한 저를 채찍질하며 노력했었는데 막상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삶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저를 무조건적으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질적인 여유와 같은 것들로 모두들 행복해질 수 있었다면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평탄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가온 행복을 붙잡고 즐길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당시의 제게는 후자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요.


과의 특성도 있었지만 저의 성격적인 요인도 맞물리며 동기와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저와 연결된 모든 관계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려고 아득바득 노력했었습니다. 그랬던 제 모습을 좋게 봐주신 덕분인지 동아리, 동문회, 동아리연합회까지 세 곳에서 한꺼번에 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제게는 3개의 집단에서 회장직을 맡는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좀 더 어른이 된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크게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원래도 사람들을 잘 대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는데 회장까지 맡게 되니 더욱 잘 해내야 된다는 생각에 학교생활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졌습니다. 도중에 임기가 끝나기 전에 회장직을 떠넘기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주어진 책임은 어떻게든 다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회장임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텼습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회장직의 임기가 끝났던 본과 2학년 여름방학 때, 모든 책임을 마무리한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1년 6개월 동안 짓눌리다 보니 모든 기력이 소진된 듯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나니 참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때로는 숨 막히던 인간관계들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느꼈기에 하루가 평탄하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며 불안해하기도 했습니다. 1년의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동기들, 새로운 선후배들과 잘 지낼 수 있어야 할 테니까요. 주어진 기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이대로 복학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대인관계에서 제가 받을 고통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간절한 심정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것도 고민하고 인문학,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뒤져보았지요.


무슨 책을 읽어도 막막했던 어느 날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신분석과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워낙 오래 전이기도 하고, 이후에 정신분석과 관련된 서적들을 다양하게 읽었다 보니 아쉽게도 그 책이 무엇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정신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에 단순한 흥미로움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상세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신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초심자에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겪었던 심리적 어려움들이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에 묘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게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정신분석 이론들을 통해 보다 객관적,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그렇게 정리된 나의 문제들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겪고 있는 문제였으며 나도 보다 나은 튼튼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도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때 정신분석을 접한 뒤로 저는 더욱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정신분석에서 제가 받을 수 있었던 위로들을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덕분에 복학 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며 다행히 정신과 전문의가 될 수 있었고 현재도 정신분석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정신과 의사로서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이고, 그 이전에 어떤 사람으로서 제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신분석이론들과 함께 제 마음을 돌아보고 거닐며 얻을 수 있었던 지식과 경험들은 앞으로도 불확실한 인생에서 흔들리지 않고 든든한 반석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토록 따뜻한 위로를 주던 정신분석을 진료실 밖에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브런치북을 시작했었지만 그 과정이 따뜻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많은 작가분들이 그러셨겠지만 한 단어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하고, 한 문장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정보를 전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글을 쓰다 보면 글이 너무 어려워져 있었습니다. 반대로 쉽게만 글을 쓰려고 하다 보면 글이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쓴 글이지만 사실 다시 제 글들을 읽어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이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부족한 글을 다시 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아마 약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고, 퇴고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원고들을 출판사에 투고해보려고 합니다. 혼자였다면 더욱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함께 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그래도 어찌어찌 글들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을 쓸 수 있으면 생존신고라도 짬짬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다시 춥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하루들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김원우 드림.


(제목사진 출처 : Unsplash의 TOMOKO 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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