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왼쪽에게 사죄한다.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고, 나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일이다.
다시 한 번, 나의 왼쪽에게 고개 숙여 사죄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왼쪽을 더 편애하며 살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공책에 연필을 쥘 때, 내 손은 자연스레 왼손을 향했다. 교실 뒤편에서 선생님이 "왼손잡이는 글씨가 번질 수 있으니 조심해라" 하던 말도 들었다. 급식판을 들 때도, 체육 시간에 공을 찰 때도, 나는 늘 왼손과 왼발을 먼저 썼다.
그 습관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릴 때도, 왼손이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길을 걸을 때는 왼발이 조금 더 힘차게 땅을 딛었다. 계단을 오를 때도, 손잡이를 잡을 때도 나는 왼쪽을 더 신뢰했다. 마치 내 몸의 균형이 왼쪽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진을 찍을 때도 그랬다. 왼쪽 얼굴이 조금 더 단단해 보였고, 표정도 안정됐다. 그래서 나는 늘 왼쪽 얼굴을 내세워 사진을 찍었다. 거울 속의 나는 언제나 왼쪽이 빛을 받아야 제대로 된 모습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의 절반을, 아니 내 삶의 중심을 왼쪽에 두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내 왼쪽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숟가락을 왼손에 쥐었는데 자꾸 떨어졌다. 글씨를 쓰면 획이 고르지 못했다. 걸을 때 왼발이 자꾸 헛디뎌 몸이 기울었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괜히 불안해졌다. 왼쪽 눈은 뿌옇게 흐려졌고, 왼쪽 귀는 잡음 속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이상한 일은 하나둘 늘어갔다. 어느 날은 운전을 하다가 신호에 맞춰 왼쪽으로 꺾으려는데, 핸들이 묘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차선 변경이 괜히 불안했고, 뒷좌석에 앉은 가족이 "왜 이렇게 차가 한쪽으로만 기우는 것 같냐"고 말했을 때, 나는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속으로는 찝찝함이 남았다.
병원에 갔다. 신경과 의사는 검사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나이나 피로 때문일 수 있어요.”
나는 안도하면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이상이 없다면 왜 이렇게 불편한가. 다른 의사에게도 가 보았다.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왼쪽을 지나치게 많이 쓰다 보니 오른쪽이 위축됐을 수도 있습니다. 균형이 조금 무너진 거죠.”
의학적으로는 문제없다는 말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몸은 확실히 무너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갔을 때, 의사는 잠시 내 말을 듣더니 조심스레 권했다.
“왼쪽에게 사과해 보세요.”
나는 그 말이 농담 같아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조용히 방에 앉았을 때, 이상하게도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왼쪽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왼쪽아, 미안하다. 그동안 너를 너무 혹사시켰나 보다. 내 사과를 받아줘.”
당연히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고백을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밥을 먹을 때면 숟가락이 자꾸 흘러내렸고, 바닥에 밥풀이 흩어졌다. 국을 떠서 입에 가져가다 손이 흔들려 흘린 적도 많았다.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마다 나는 괜히 어색해져 웃어넘기곤 했다.
걷는 일상도 달라졌다. 길을 건너다가 왼발이 순간 힘을 잃어 몸이 기울었고, 사람들과 부딪힐 뻔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난간을 붙잡아야 안심이 됐다. 오른쪽으로 도는 건 괜찮은데, 왼쪽으로 방향을 틀 때마다 몸이 무거워졌다. 작은 불편이었지만, 그것이 쌓이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나는 다시 내 몸을 돌아보았다. 왜 나는 이렇게 왼쪽에 집착해 살아왔을까. 떠올려 보니 답은 단순했다. 나는 늘 왼쪽이 더 정확하고, 더 안정적이고, 더 믿을 만하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른쪽은 늘 그림자처럼 남았다. 나는 왼쪽만을 믿고, 오른쪽은 무시하며 살아온 셈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오른쪽에게도 미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른쪽에게 사과했다.
“오른쪽아, 그동안 미안했다. 이제는 너도 챙길게.”
그날 이후 나는 의식적으로 오른쪽을 쓰려 했다.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오른발로 계단을 딛고, 오른쪽 귀에 집중해 대화를 들었다. 서툴렀지만, 신기하게도 오른쪽은 점점 힘을 내주었다. 숟가락질이 어색해도 조금은 나아졌고, 글씨는 삐뚤지만 읽을 수 있을 만큼 써졌다. 오른발도 점점 힘을 내 걸음을 안정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잊고 있던 왼쪽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었다. 오른쪽이 움직이려 하면 왼쪽이 갑자기 끼어들어 균형을 깨뜨리곤 했다. 두 쪽이 엇박자로 움직이면서, 나는 길가의 풍선 인형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걷곤 했다.
거울 앞에 서서 그런 내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한쪽이 완전히 돌아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두 쪽이 서로 부딪히며 때로는 다투듯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불완전했지만, 그 불완전함이 나를 하루하루 살아가게 하고 있었다.
그때 생각이 스쳤다.
“온전함이라는 건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쪽에 기울어 살고, 그 불균형 속에서 겨우 균형을 흉내 내는 게 아닐까.”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밥을 먹다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걸음을 옮기다 휘청거린다. 차를 몰 때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이면 여전히 긴장한다. 하지만 그 불안이 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인다. 불안 속에서도 밥을 먹고, 걷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고백한다.
나는 나의 왼쪽에게, 그리고 나의 오른쪽에게 사죄한다.
온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이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