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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칼춤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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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교책방 Dec 17. 2023

칼춤-5화

골목 안은 순댓국을 먹으러오는 사람들보다 칼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주말이 되면 남자를 따르는 사람들로 식당은 영업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남자가 무대 위에서 소리를 지르며 칼을 휘두를 때마다 사람들은 자지러드듯 쓰러졌다. 다양한 사람들이 남자를 찾아왔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제자로 받아달라며 애원하는 사람, 펑펑 우는 사람, 아픈 가족을 데려와 치료해 달라는 사람, 돈뭉치를 가져와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골목은 북적였다. 남자는 그들을 받아들였다. 제자로 받아들이고, 슬픔을 달래주고, 소원을 들어주고, 푸른빛을 내는 칼로 그들을 치료해 주는 시늉을 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남자의 신비한 칼춤에 빠져들었다.


언젠가부터  인터넷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순댓국집은 사이비 종교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칼춤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돈을 갈취하고, 식당에서 먹고 자는 노숙자들로 인해 벌레가 나온다는 것이다.  소문은 점점 커져 구청에서 위생점검까지 나오게 되었다. 결국 식당은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고 나는 벌금까지 물게 되었다. 또한 전국 순댓국 연합회에서는 우리 순댓국은 정통 순댓국이 아닌 칼춤으로 맛을 변질시킨 이단아 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 좋아진 소문으로  순댓국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언제까지 남자에게 의지 할 수는 없었다. 남자와는 독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칼춤의 비밀을 알아야 했다. 나는 남자의 칼춤을 유심히 보았다. 내가 저 칼춤을 출수 있다면 남자는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해다. 남자가 추는 칼춤을 매일같이 따라 했다. 하지만 춤만 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비밀이 있을 것이다. 남자는 숫돌을 언제나 몸속에 품고 있었고, 한시도 숫돌과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잠잘 때 숫돌을 베고 자기도 했다. 그래 숫돌이다. 숫돌이 남자의 비밀이다. 숫돌을 가질 수 있다면 남자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남자에게 숫돌을 나에게 팔라고 했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알겠다고 했고, 천만 원을 요구했다.  

나는 천만 원을 주고 숫돌을 받았다. 


숫돌은 다른 숫돌의 모양과 다를 것이 없었다. 각질고 긴 모양을 하고 있었고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숫돌에 칼을 올려두고 칼을 갈기 시작했다. 남자와 똑같이 따라 했다. 허리를 굽히고 숫돌에 칼을 올려두고 천천히 밀고 당겼다. 숫돌은 반항했다. 칼은 숫돌 위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나는 남자와 같이 냄새나고 허름한 옷을 입고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리고 목에서 신음하듯 소리를 내면 칼을 밀었다. 

움직였다. 칼은 나를 이끌듯 서서히 움직였다. 칼에서 울리는 미새한 진동이 온몸에 전해졌다. 칼에서는 푸른빛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무하지경에 빠져들었다. 칼에 몸을 맡기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덩실덩실


나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몸은 날아갈 듯 움직였고 칼은 내 몸과 함께 자유롭게 날아올랐다. 드디어 나도 칼춤을  출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남자가 칼춤을 추지 않을 때 무대에 올라가 칼춤을 추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려들지 않았다. 분명 남자가 칼춤을 출 때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나의 칼춤에 사람들은 몰려들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칼춤을 추자 칼춤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마저 사람이 바꿨다며 되돌아가기도 했다. 나는 좌절했다. 남자는 나의 칼춤을 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남자는 귀인 분명했다. 할 수없이 나는 남자를 찾아갔다. 그리고 남자에게 말했다. 


"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 때문에  영업에 방해되니 사람들을 내보내주세요"


남자는 말했다. 


" 칼춤은 안 춰도 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칼춤을 추지 않는다면 순댓국집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남자는 나에게 또 다른 요구조건을 말했다. 남자는 김치찌개집과 중국집 자리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 사람들을 조용히 시킬 것이며 장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루에 두 번만 추던 칼춤을 세 번으로 늘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김치찌개집 자리와 중국집 자리를 남자에게  내어주었다. 결국 나는 원래의 순댓국집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남자는 약속대로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고 하루에 세 번씩 칼춤을 추었다. 남자가 칼춤을 출 때마다 사람들은 다시 몰려들었고 여전히 칼춤을 구경하며 순댓국을 먹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장사는 여전히 잘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저 남자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남자에게 끌려다 날 수 없다.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다시 보살을 찾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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