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글사글 Jun 19. 2020

20nn년 6월의 일기

혐오가 사라진 사회

 20nn년 6월 무더운 여름.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쏟아지는 잠은 알람 소리에 밀어 넣고 각자의 아침을 맞이한다. 대학생인 나 역시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아, 내일은 드디어 손꼽아 기다렸던 퀴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버스킹 동아리도 참여해 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단체가 참여해 풍성한 축제를 이루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퀴어의 존재에 반대하는 집단들이 퍼레이드를 막아 서고 반대 시위를 했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개인의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일 뿐, 그 사실에 대해 감히 찬/반을 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물론 아주 극소수의 인간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회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 도태된 행동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도착하고 현대사회의 흐름이라는 수업을 들으러 A관에 도착했다. 몇십 년 전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교회들은 차별금지법엔 찬성하지만 동성애자는 반대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그렇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탁월한 선택이었고 법적 제도 망 아래에서 약자들은 조금씩 힘을 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소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정기적인 행사로 일주일에 한 번씩 노인 분들과 함께 반나절 동안 여러 활동을 하는 행사이다. 취미 활동을 함께 즐기기도 하고, 컴퓨터 조작을 알려 드리기도 하며 베이킹 수업을 같이 듣기도 한다. 요즈음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나 공모전이 많아지며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해지고 있다. 친구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친해진 할아버지와 드론 영상 공모전에 지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소통 프로그램을 하면서 교육에 열망이 있는 노인 분들을 많이 뵈었고, 최근 대입에 도전하는 노인 분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도 봤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다. 과거에는 세대 갈등 때문에 이상한 말도 많이 쓰곤 했다는데 세대 간 차이는 존재할지 몰라도 그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병든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건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것도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아낌없이 시행해야겠다. 아까 말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찾아봐야지. 뜻깊은 하루, 여기서 일기를 마친다.




  앞선 일기는 혐오가 사라진 미래를 그리며 써본 글이다. 절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노력한다면.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오마이뉴스, 뉴스 1

  사글사글은 8주 동안 사회적 약자 중 노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달려왔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 사회 속 혐오는 그들뿐만 아니라 장애인, 아동, 여성 등 많은 약자들을 향하고 있다. ‘노 키즈존’, ‘된장녀-김치녀’, ‘결정장애’ 들과 같은 언행은 분명한 차별의 씨앗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사회를 진보시킬 수도 퇴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사회를 한 발자국 앞으로 진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대답해왔다.

인식 개선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있는 법,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원하는 사회 현상이나 그에 따른 해결책은 정책이 되고 정책은 보다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행했던 8주간의 걸음이 여러분에게 인식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머릿속에 작은 물음표가 등장하는 순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자리하여 느낌표로 변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앞서 작성한 가상의 일기가 훗날 누군가의 일기로 실현되는 날이 반드시 왔으면 좋겠다. 올해도 반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슬그머니 다가온 현시점, 혐오 문화를 근절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후에 한국 역사에서 어떤 지표로 읽힐지 궁금하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모두의 노력은 더욱 활발히 움직일 것이다. 언제까지나.

이전 12화 유토피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