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순간이라고 하면 마치 최고의 1분처럼 방송 시청률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번 연도 나의 최고의 순간을 떠올리려고 하니, 막상 바로 떠오르지가 않는다. 1월부터 12월까지 기분 좋았던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하나로 꼽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올해 나의 최고의 순간 TOP3을 내 나름대로 선정해 보았다.
올해 나의 최고의 순간 첫 번째
함박눈이 내리던 날, 애인 꼬북이와 함께
2021년 1월 6일 수요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하늘에서 눈이 하염없이 내려오더랬다. 눈이 점점 많이 쌓이는 것을 보고 애인 꼬북이를 불러 함께 눈을 감상했다. 꼬북이의 고향은 포항이어서 눈이 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거의 눈을 보지 못하다가 꼬북이가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2018년 그 해에 우리는 함께 눈을 보았다. 그 뒤로 쭉 눈을 보지 못하다가 올해 1월 6일에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게 된 것이다.
이것은 지금은 헤어진 꼬북이에게도, 나에게도 나름대로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서울살이를 시작하면서 나를 만났던 꼬북이는 나로 인해 맘고생도, 몸 고생도 많이 했더랬다. 철없는 나를 케어하느라 진이 빠졌을 법도 한데, 꼬북이는 항상 내 편이 되어 주었다. 그런 꼬북이와 함께 했던 약 4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다. 그래서 꼬북이와의 눈 구경이 최고의 순간 중 첫 번째가 되었다.
올해 나의 최고의 순간 두 번째
주왕산 여행, 가족과 함께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벌써 33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가족들과, 특히 아버지와 많은 오해와 갈등이 있었다. 그런 오해와 갈등들이 올해 2월에 애인 꼬북이의 집에서 내가 집으로 오게 되면서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아버지와 잘 지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나 자신을 스스로 케어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약속을 이행해 나갈수록 나는 가족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되었고, 내 생활 역시 규칙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나는 더 많은 일과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경제적 자립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벌어 내가 쓰는 정도까지는 하고 있다.
그런 차에 아버지가 주왕산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셨다. 우리 가족은 여름에 영월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고, 그 여행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기에 이번에도 다들 선뜻 시간을 내어 여행을 떠났다. 가을보다는 여름에 가까운 날씨였고 단풍도 들지 않아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산행에 오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그처럼 좋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도 들었고, 내가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마음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주왕산 여행의 순간이 바로 올해 최고의 순간 중 두 번째로 선정되었다.
올해 나의 최고의 순간 세 번째
제갈해리가 일하고 있는 CU 편의점
올해 3월부터 일하기 시작한 양천구의 CU 편의점. 처음에는 토요일 하루 7시간만 일했던 내가 어느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을 일하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편의점의 점장님은 성격이 참 좋으시고, 스태프들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일하기가 정말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스태프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시려고 하는 점장님이 계셔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현재 1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데, 1년 정도는 더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적금도 들기 시작하기도 했고, 좋은 스태프들도 만나게 되기도 했고, 단골손님들과 친해지기도 해서 나름 정이 든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CU 편의점에서 일하는 순간을 올해 최고의 순간 중 세 번째로 삼아 보았다.
그 밖에도 꼬북이와의 수많은 추억들, 가족들의 생일이나 기념일, 글짓기 스터디 모임 등 최고의 순간이 될 만한 것들은 많았다. 그만큼 올해 나의 순간순간이 빛났던 것 같다.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내서 더욱 빛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으면 한다. 여러분들도 올해 최고의 순간을 돌이켜 보고, 신년을 맞이하면서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