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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가장 아쉬웠던 일

독서 습관을 들이자

by 제갈해리

달력을 보면 12월이 마지막 페이지인 것 같아도 그 뒤에 신년 1월 페이지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아직 끝이 아닌 과정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면 34살이 되면서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서는데, 아직 나잇값을 하지 못하고 부모님 품에서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독립하고 있지를 못하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소액의 돈을 벌면서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꾸준히 쓰고 있지만, 작가라는 꿈이 어느 날, 어느 시에 이루어진다고 정해져 있지 않기에 지금 나는 각자 다리 길이가 다른 삐딱한 탁자 위에서 곡예를 하는 것처럼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글쓰기가 발전한다는 것은, 글쎄... 눈에 보일 만큼 확실한 것이 아니기도 하고, 글을 보는 내 눈이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한 주에 한 번씩 내지는 두 번씩 주제어를 가지고 글을 쓰는 모임에 가입해 스터디 동료들과 함께 글을 써 오고 있는데, 매주 글을 쓰는 행위가 나름 즐겁기도 하고 동료들의 글을 읽는 것도 그것대로 재미가 있어 한동안은 이곳에 몸을 담을 생각이다. 응원과 조언이 적절히 조화롭게 어우러진 동료들의 피드백으로 인해 힘이 나기도 하고, 그것이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내 글재주가 일천한데도 불구하고 좋은 글을 읽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나는 독서를 즐겨하지 않을뿐더러 편독이 심한 편인데, 재밌게 읽은 책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소위 세계명작 전집이라든가, 작가상 수상집 같은 명저는 읽지도 않았고 내 입맛에 맞는 인스턴트식 독서에 빠져 지냈다.


이것은 작가가 되려는 나에게 매우 안 좋은 습관이었다. 이제라도 고쳐보려 하루에 한 챕터라도 책을 읽어보려 하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하품이 나오고 졸음이 쏟아진다. 그래도 그 졸음을 쫓아내고 책장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문맥에 드러난 작가의 발상이 너무나도 참신하고 재밌어 한참을 읽어보게 된다. 그렇지만 그 집중력은 채 10분을 가지 못하고 게으름이 집중력에게 이기고야 만다. 나는 결국 책을 덮는다. 이것이 내가 게으름과 집중력 사이의 도돌이표를 반복하면서 작문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였던 것이다. 남들이 의지박약이라고 해도 에둘러 변명할 게 없을 만하다.


올해 가장 아쉬운 것을 꼽으라면 독서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알바만 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도,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도, 부모님께 용돈 한 번 드리지 못한 것도 많이 속상하지만, 올해는 작가 지망생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도 아쉽고 또 아쉽다. 편독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한 편의 단편소설이라도 집중을 다해 온전히 읽어낸다면, 거기에 더해 서평까지 써낸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험로에 들어선 이상, 이 분야에서 나름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런 목표가 있는 이상, 그 목표라는 과녁을 정확히 꿰뚫기 위해 단단한 체력과 정교하고 날카로운 펜촉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자만이 성취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즐기는 자만큼 성공에 근접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자. 느리게 읽어도 상관없다. 누구나 처음은 고되고 힘든 법이니. 운동 강도를 차츰차츰 높여가듯이 쉬운 책부터 읽어 나가 보자. 시간이 지나면 어려운 전문서적도 척척 읽어낼지 모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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