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오른다 좌석을 잡고 앉아 맞은편을 바라보니 늑대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늑대는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도 늑대를 가만히 쳐다본다 늑대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계속 늑대를 가만히 쳐다본다 늑대는 거세게 짖는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늑대를 바라본다 늑대가 나에게 달려든다 늑대는 내 팔을 물고서 놓지 않고 나도 늑대와 실랑이를 벌인다 늑대와 나는 엉겨 붙는다 늑대가 내게 흡수된다 아니, 내가 늑대에게 흡수된다 늑대와 나는 하나로 합쳐진다 내 안의 것들이 분출한다 분출한 것들은 폭풍우가 되어 휘몰아친다 이윽고 차디찬 물줄기가 나의 몸을 적신다 나는 극한의 냉점을 느낀다 차가운 감각에 눈을 떠 보니, 나는 지하철 안에 앉아 있다 아니, 늑대의 몸을 한 채로 웅크리고 있다 누군가가 열차에 오른다 나는 그에게 달려든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