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흔적을 남긴다 소리가 지나가고 나면 파장들이 모이고 그 파장들은 공기에 생채기를 낸다 공기는 분열한다 분열한 공기들, 그 공기들의 일부는 내부로 침습하고 나머지는 사방으로 흩어져 또 다른 소리의 흔적을, 파장을, 그리고 파열음을 낸다
나는 밤새 파열음을 들으며 귀에서 피를 흘린다 내 귀에도 분열한 공기가 침습한 까닭이다 공기는 또 다른 공기를 분열시키고, 분열된 공기는 침습하고 파열음을 낸다 그렇게 무한히 반복해 소리는 흔적을 남긴다
나는 소리의 공격을 받고 있다 폭력적인 소리, 그 소리가 세상을 지배한다 나는 그 소리를 거부한다 그러나 소리들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려 한다 나는 도무지 소리의 공격을 막아낼 수가 없다
내 안의 소리로 외부의 소리를 튕겨내 보기로 한다 내 안의 소리도 흔적을 남긴다 공기는 분열하고, 분열한 공기는 내부에서 외부로 분출하고, 파열음을 낸다
내부와 외부의 끝나지 않는 싸움, 그 속에서 소리끼리 충돌한다 충돌하면서 흔적은 더 크게 남고, 때론 외부의 소리가 이기기도 하고 때론 내부의 소리가 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싸움은 끝나지 않고 나는 지쳐간다 끝내고 싶다 그러나 외부의 소리는 나의 방심을 노린다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고 폭력적인 소리는 세상에 퍼져 있다 나의 소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이제는 타인의 소리와 연대해 본다 함께 폭력적인 외부의 소리를 이겨내려고 한다 그러나 타인의 소리도, 나의 소리도 서로에게 외부의 소리일 뿐, 우리는 융합하지 못하고 서로 부딪친다
결국, 소리는 내게 상처를 남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