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착각 / 오만과 겸손 사이

<따뜻한 편지 1760호>를 읽고

by 제갈해리

어느 마을에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평소 일상적인 대화도 곧잘 하던 부부였는데 언젠가부터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질문에 아내가 간혹 대답하지 않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등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남편은 혹시라도 아내의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 건지 걱정을 하게 되었고 이를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방 한쪽 구석에 돌아앉았고 아내는 반대편 구석에 돌아앉게 했습니다. 그리곤 그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내 말이 들려요?"

그러나 아내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좀 더 가까이 가서 물어보아도, 더 바짝 다가가서 물어보아도 여전히 대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아내의 등 뒤까지 다가가 같은 질문을 했고 그러자 아내는 귀찮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네 들려요! 벌써 네 번째 대답이에요."

잘 들리지 않았던 사람은 아내가 아닌 바로 남편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따뜻한 편지 1760호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을 통해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것은 빨간 안경을 쓰고도 모른 채 세상이 왜 이렇게 붉은지 불평하는 것과 같습니다.

왜곡된 나만의 색안경을 벗고 세상의 빛과 타인의 모습을 살펴본다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

출처 : 따뜻한 편지 1760호


따뜻한 편지 '남편의 착각' 잘 읽었습니다. 정작 잘 안 들렸던 사람은 남편이었군요. 남편이 자신은 잘 들릴 거라고 생각하고 아내를 의심하고 있었네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되면 자신의 편견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사실 저도 착각에 잘 빠져 사는 편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글재주가 좋다고 하면 실제보다 글재주가 더 좋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또, 제 인성에 대해서 누군가가 칭찬을 해주면 상대가 칭찬한 것 이상으로 제 성격이 좋다고 여길 때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오만해지는 것입니다. 저는 일희일비를 잘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렇게 칭찬을 해주면 한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한없이 오만해집니다.

그래서 가끔 치솟는 오만함으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제 능력이 다른 상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그를 가르치려는 것입니다. 어떨 때는 이러한 습성이 오지랖과 만나서 최악의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제 마음대로 고치려고 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들은 호의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을 주무르려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들이 기분 나쁘다는 태도를 드러내면 저는 그제야 아차 합니다. 내가 또 오만함에 눈이 멀어 실수를 저질렀구나 하는 죄책감 때문에 말이죠. 그때에는 바로 겸손 모드로 전환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전면적인 태도 수정으로 들어갑니다. 그의 입장을 바라보고 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면서 점점 그에게 맞춰가는 것이 힘에 부칩니다. 그때에는 이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 버린 것입니다.


Sravan Chandra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저는 그러면 방전된 상태로 휴식 상태로 들어갑니다. 말이 좋아 휴식 상태지, 하얗게 불태웠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인간관계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들의 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오만과 겸손의 태도를 보이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이기와 이타 사이에서 번민하고 있는 제가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이기와 이타'라는 카드를 전환시켜서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떨 때 자기주장을 자신 있게 얘기해도 될는지, 어떨 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조금 더 영글어가려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겠지요. 그 경험 속에서 수많은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제 자신이 착각의 늪에서 아차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알아차림이 있어서입니다. 알아차림이 없었다면 계속 오만과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남 탓을 하고 있지 않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