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한 학생들만 모인다는 한 의대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두 명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두 학생은 서로의 의학지식을 뽐내기 위해서 지나가는 환자들을 보며 환자의 병명 맞히기 내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학생이 병원 복도를 걷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허리를 숙이고 엉거주춤하며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저 남자의 모습을 보니 분명히 류머티즘 관절염이야."
그러자 다른 학생이 다시 말했습니다.
"천만에, 저 남자는 허리 디스크가 틀림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두 학생은 서로 자신의 의견이 맞는다며 옥신각신 싸웠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학생들에게 가까이 오더니 아주 힘겹게 물었습니다.
"저... 화... 화장실이 어디죠?"
따뜻한 편지 1762호
최고라 여기는 지식도, 힘겹게 이뤄낸 경험과 결실도 언제나 한계는 있습니다. 그 때문에 최고라고 느껴질 때일수록 함부로 판단하기보다는 겸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오늘의 명언
당신이 거둔 것으로 하루를 판단하지 말고 당신이 뿌린 것으로 판단하라.
-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 -
*출처 : 따뜻한 편지 1762호
따뜻한 편지 '남자의 병명은?' 잘 읽었습니다. 자신의 의학지식을 뽐내기 위해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류머티즘이니, 허리 디스크니 옥신각신했지만, 결국에는 화장실이 급했던 사람이었던 것에 불과했군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오해하고 함부로 판단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저는 평소에 사람의 언행이나 심리를 추측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저는 그것을 추측하면서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는데요. 그 추측이나 해석이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서, 저는 그럴 때마다 신이 나서 계속 추측과 해석을 하곤 했는데요.
하루는 애인과 함께 편의점 야간 일을 보고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애인이 저와도 잘 아는 한 친구 A의 행동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인이 얘기한 A의 문제 행동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는 열의를 보이고 대화를 많이 하는 반면, 자신이 관심 없는 것에는 철저히 배척하고 대화조차도 안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A는 전자기기에 관해서 얘기를 하면 몇 시간이 흘러도 계속 얘기하는데, 다른 주제로 얘기를 틀면 한 마디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저는 애인에게 A와 대화하면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어봤습니다. 애인은 A와 대화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만 반응해서 이기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애인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A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얘기 나눴습니다. A는 평소 호불호가 강한 성격이고,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잘 드러내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간단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는 그런 성격들로 미루어 봤을 때, A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에는 반응하면서 얘기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쪽에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마디로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에 있어서 과감 없이 감정표현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불만이 많은 경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애인에게 A와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A가 잘 지내도 불만, 잘 지내지 않아도 불만인 성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애인도 A와 조금씩 거리를 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인과 대화를 하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저는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A에 대해서 잘 판단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추측해서 A의 다른 좋은 면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A가 호불호가 강하고, 평소에 불만 표출하기를 잘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계산적인 사람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 A가 보여준 모습으로 A의 심리까지 판단한다는 것은 너무 섣부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제가 심리상담 관련 책이나 영상들을 많이 보았다고 A의 성격이 책이나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딱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저의 오만한 추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애인에게 지나치게 추측하지 말고, A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A의 반응과 행동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잠자코 제 얘기를 듣던 애인도 알겠다면서 제 말을 수긍해 주었습니다.
며칠 뒤, 저와 애인은 A에게 우리의 불만(자신의 관심분야에만 관심을 가지고 다른 주제에 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A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고, A는 그 불만을 얘기하자마자, 기분이나빴는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우리는 A가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A는 우리와의 친구 관계를 끊어 버렸습니다.
그로 미루어 보아 어쩌면우리가 예측했던 A의 모습들(이기적이고 편협한 성격)이 얼추 맞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확인도 안 해 보고 A를 추측하고 판단했던 것은 우리의 잘못된 태도였습니다.
앞으로는 사람을 대할 때 안 좋은 측면에 대해서 추측하거나 함부로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사람에 대해 안 좋은 인식으로 시작된 추측은 판단을 만들고, 판단은 상대방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