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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Mar 09. 2023

부자와 당나귀 / 주님, 굳건한 용기를 주십시오

<따뜻한 편지 2324호>를 읽고

어느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내다 팔기 위해 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마을을 지날 때 방물상이 그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당나귀를 타고 가면 될 걸 왜 안 타고 가시오."


그 말이 옳다고 생각되자 아버지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한 노인이 화를 내면 말했습니다.


"저런, 아버지는 힘들게 걷고 다니는데 젊은 아들은 당나귀를 타고 편하게 가다니..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


그 소리에 아들이 내리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당나귀 등에 올라탔습니다. 얼마쯤 더 가자 이번에는 우물 앞에서 물을 기르던 여인들이 말했습니다.


"왜 아버지가 당나귀에 타고 아들만 불쌍하게 걷게 만드는 거예요."


이 말도 옳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이 함께 당나귀를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본 한 무리의 사내가 나무라듯 말했습니다.


"조그만 당나귀에 두 사람씩이나 타다니 당나귀가 너무 불쌍하지도 않소."


당나귀를 끌고 갈 수도, 두 사람이 다 탈 수도 없어 고심하던 부자는 결국 당나귀를 장대에 묶어 어깨에 메고 가기로 했습니다.


마을 입구의 다리 위에 이르렀을 때, 동네 아이들이 이 진귀한 구경거리에 몰려와서는 웃고 떠들었습니다.


놀란 당나귀가 발버둥을 쳤고 그만 장대가 부러지면서 당나귀는 다리 밑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따뜻한 편지 2324호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처럼 비판은 누군가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자신의 직관과 경험을 토대로 하는 판단입니다.


그렇기에 비판은 객관적이지 않으며 심지어는 그 사람의 감정에 따라 왜곡되기도 쉽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 없듯이 우리는 모든 비판의 소리에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판단에 삶이 흔들리고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관을 가지고 나아갈 줄 알아야 합니다.



# 오늘의 명언

나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출처 : 따뜻한 편지 2324호


따뜻한 편지 2324호 <부자와 당나귀> 편 잘 읽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여러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 결국 애꿎은 당나귀만 물에 빠져 죽었군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주관이 흔들리고 마음에 상처가 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저는 평소에 귀가 얇고 주관이 뚜렷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잘 휘둘리고 상처받기 일쑤였습니다. 예를 들어, 제 인생에서 중요한 관문 중 하나였던 대학 입시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국문과나 사학과보다 아버지가 원하셨던 법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법에 관심도 없었고, 법에 대해 공부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제게 법대에 갈 것을 강권하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강요로 수도권 대학 법학과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았지만, 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면접장에서 어리바리만 타다가 불합격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대학 입시에 실패한 저는 그 뒤로도 아버지의 강한 권유로 재수학원에 들어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당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에게 (게이라는 사실을) 아웃팅 당해 상처를 많이 받았던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타이트한 학원 스케줄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견디지 못하고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에 아버지는 크게 실망하셨고, 저와 1년 동안 말도 섞지 않으셨습니다.


재수를 포기한 저는 고1 때 친구를 통해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아 일하게 되었습니다. 고깃집의 다른 동료들(제 나이 또래의 아르바이트생들)과 어울리면서 저는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돈을 모아 저축하기도 했습니다. 그 한 해 동안 저는 일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계획은 딱히 세우지 않았죠.


그러다 1년 뒤, 동생의 중학교 졸업식에서 아버지와 저는 화해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제게 다시 공부를 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아버지도 이번에는 법대를 강요하지 않으시고, 제가 원하는 학과에 지원할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이에 저도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삼수 준비를 하던 중,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첫사랑을 만나게 되면서 그 사람에게 빠져 공부에 소홀해지게 되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결국, 삼수도 역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2010년에 정시 공부를 포기하는 셈 치고 내신 성적 100%였던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에 지원해 합격(다행히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상위권이었습니다)했고, 그다음 해인 2011년 23살의 나이로 전문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입학 후에도 동기들과 어울려 술이나 먹고 다니면서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학점이 밑바닥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냈던 저는 제 나이 24살이던 2012년 여름,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20대의 전반부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데 시간을 써 버린 저는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결국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의 문제는 제가 뚜렷한 주관과 의지 없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 소중한 제 인생의 시간을 허투루 썼다는 것입니다. 제가 정말로 국문과나 사학과에 가고 싶었다면 아버지에게 맞서서 의지를 피력했어야 하고,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버지의 의견에 따라 법대 준비를 착실히 했어야 합니다. 첫 입시 실패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장단기 계획을 가지고 실천해 나갔다면 재수나 삼수의 실패가 계속 발생했을까요. 그리고 대학에서도 학점 관리를 잘했다면 아무 성과 없이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했을까요.


30대가 된 저는 아직도 귀가 얇고 주관이 뚜렷하지 못합니다. 물론, 20대에 비해서 어느 정도 부딪히고 깨지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험난한 인생의 관문들이 나타날 텐데, 그 관문들을 지나가려면 더 많은 경험과 경륜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이 미움받을 용기라 해도 좋습니다. 지금의 제게는 그런 용기와 배짱이 필요합니다. 주님, 부디 제가 인생의 풍파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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