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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하일기 14화

새 식구를 맞이하며

2025년 1월 19일 일요일

by 제갈해리
새 식구를 맞이하며

2025년 3월 말, 내 여동생이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2살 연하의 남자친구와 함께. 여동생은 3년째 남자친구와 연애 중인데, 지금은 서울 서대문구에서 남자친구와 동거 중에 있다.


처음에 여동생이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했을 때에는 결혼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될 줄은 몰랐다. 그저 또 한 번의 연애를 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남자친구와는 동거를 하고 결혼까지 한다니, 신중한 성격의 여동생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를 처음 본 것은, 2023년 1월 초에 있었던 여동생의 음악 앨범 쇼케이스에서였다. 당시 여동생은 정규 앨범 1집을 냈는데, 그 앨범을 발표하는 자리에 우리 가족과 남자친구가 함께 참석해 축하를 해 주었다. 그때 짤막한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때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며 어색한 첫인사를 했더랬다.


그의 첫인상은 수더분하니 괜찮았다. 쌍꺼풀이 없는 눈에, 뭉툭하지도 않고 높게 솟지도 않은 적당한 코에, 소년미가 느껴지는 귀엽게 생긴 외모였다. 목소리는 약간 저음이었는데, 수더분한 그의 외모와 조화를 이루어 차분해 보이고 침착해 보였다.


그러고 나서 가을 무렵, 여동생이 결혼한다며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드리러 왔다. 우리 가족, 특히 엄마는 연어 샐러드, LA갈비, 오징어숙회 등 갖가지 음식들을 차려놓고, 백년손님이 될 그를 맞이했고, 나는 그동안 치우지 않던 지저분한 방을 청소했다. 그는 과일 바구니와 한우세트를 양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손수 정성 들여 쓴 편지를 어머니께 전달하면서 여동생을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과묵할 줄 알았는데) 말을 조리 있게 잘해 그가 꽤나 좋아졌다.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술을 주고받을 때에도 그는 지나치지도, 모자람도 없이 술을 기분 좋게 받아 마셨고, 화기애애하게 술자리를 이어나갔다.

그 뒤로, 11월에 양가 가족들이 상견례를 하게 되었는데, 상견례에서 그는 자기 가족을 소개하면서 은근히 우리 가족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특히, 그는 우리 집안의 실세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 꽤나 노력하는 듯했다. 그의 가족들은 꽤나 편한 인상을 주었고, 특히 여동생의 시어머니 되실 사돈부인께서는 말씀을 하시는 게 많이 자유분방해 보이셨다. 내 여동생이 엄마처럼 대한다고 해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나 역시도 그분이 편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에는 여동생과 남자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면서 태명을 '개성'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그가 상견례 때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던 '개성주악'이라는 한과를 먹는 태몽을 꾸었다고 해서 태명이 개성이었다고 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과일이나 다과가 나오는 태몽은 딸이 아닐까 싶었다.


"벌써 아기가 생겼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동생과 남자친구가 이직을 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신혼 생활을 제대로 보내지도 않았는데, 결혼 전에 벌써 아기를 가진 것에 내심 걱정이 되신 듯했다. 그래도 아기가 생긴 것에 진심으로 반기며 축하해 주셨다.


그 뒤에 결혼 준비가 차츰차츰 진행되고, 청첩장이 나와서 오늘은 여동생과 남자친구가 나와 내 절친인 꼬북이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청첩장을 꼬북이에게 전달했다.


동성애자인 나와 꼬북이에게도 품이 넓게 대해주는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보면서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동생이 참 좋은 남편을 만났구나 싶었다. 꼬북이 역시도 여동생이 좋은 배우자를 만난 것 같다며 부러워했다. 오후에 일이 있어 바쁘게 직장으로 돌아가는 여동생 커플을 보면서 나도 평생을 함께 할 연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새 식구(어쩌면 조카 될 아기를 포함해 새 식구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를 맞이하게 되면서 나 또한 마음가짐을 다르게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조카와 매제까지 생긴 터에 철없던 나에서 벗어나 어른스러운 모습의 나를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여동생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새 식구가 될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진심으로 반기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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