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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하일기 13화

4년 차 편의점 알바 지각생

2025년 1월 18일 토요일

by 제갈해리
4년 차 편의점 알바 지각생

매주 주말인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나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근무를 선다. 2021년 3월, 나의 솔메이트인 꼬북이의 소개로 시작하게 된 편의점 일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당시 코로나 시즌이라 집에만 박혀 있던 나는 비로소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 같은 소일거리가 아닌, 현장에서 몸을 써서 움직이는 일다운 일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종종 편의점 알바를 했던 지라 일을 다시 배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계산 및 손님 응대, 상품 선입선출 진열, 물류 검수 작업 등 업무들은 이미 손에 익어 쉽게 해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매장 안내를 하고, 손님들의 문의 사항에 성심성의껏 응대했기 때문에 내가 일하는 동안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다만, 내 고질적인 문제인 지각은 내가 열심히 일해 온 것들을 모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평일인 월화수에는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4시간 근무하는데, 매번 낮잠을 자다가 6시가 넘어서 매장에 출근했다. 어떤 때는 7시 30분이 되어서야 출근한 적도 있었다.


지각 문제가 잦아지자, 사장님께서는 처음에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봐주었다가 최근에는 월급에서 지각한 한큼의 시간의 급여를 빼 버리시겠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다행히 그 뒤로는 최대한 늦게는 지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지각할 때마다 사장님께 늦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예상 도착 시간을 말씀드리는데, 사장님께서는 미리 늦는다고 알려 주기라도 하면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하셨다. 예전에 몇 번 낮잠에 빠져 사장님의 연락을 못 받았는데, 사장님은 그때 내가 연락을 받지 않아 많이 난감하셨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대하면서 일하는 편의점 업무는 다음 교대 근무자가 출근하지 않으면 기약 없이 계속 편의점 매장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펑크'가 나는 것이다. 편의점 업무의 고질적인 문제인 '펑크'가 나면 정말 답도 없다. 세월아 네월아 다음 교대 근무자가 출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 일정이라도 겹치면 일은 복잡해진다. 그럴 때는 매니저나 사장님이 직접 출근해서 업무를 봐야 한다.


우리 매장 같은 경우는 사장님을 포함해 근무자가 5명뿐이기 때문에 대체할 인력이 없다. '펑크'가 나면 결국 사장님이 출근하셔야 하는데, 사장님은 이미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하시기 때문에 매우 피곤해하신다. 그래서 최대한 믿을 사람만 뽑아서 근무자로 두고 쓰는 것인데, 내가 종종 말썽을 일으킨다. 사장님께서는 저번에 나를 자를까 진지하게 생각하셨다고도 말씀하셨더랬다.


요즘에는, 늦어지게 될 경우 사장님께 즉각 말씀을 드리고, 최대한 빨리 출근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조금 늦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다행히 사장님께서 화를 내지는 않으신다.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를 했으니, 사장님도 이해하시는 듯하다.


지각은 습관이다. 이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나는 평생 이 꼴로 살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이제 앞으로는, 낮잠을 늦게까지 자지 않도록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고, 알람시계를 맞춰 지각을 하지 않도록 매사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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