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1일 화요일
오늘은 솔메이트인 꼬북이와 함께 내 생일 기념으로 단골 음식점인 히카리 우동에 다녀왔다. 히카리 우동은, 내가 대학 시절부터 즐겨 찾던 일식집으로, (엄마의 손맛에 길들여져) 입맛이 꽤나 까다로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집이다. 히카리 우동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음식점인데, 새절역에서 버스(2017, 2018, 2021, 7611)를 타고 응암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횡단보도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명지전문대학을 다닐 때, 나는 새절역에서 학교까지 걸어 다니다가 마침 길가에 있는 작은 일식집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일식집이 바로 히카리 우동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협소한 공간이었는데, 좌석도 5, 6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후덕한 인상(다르게 보면 무서운 인상일 수도...)의 사장님이 항상 맛있는 음식과 함께 세상 사는 이야기, 그림 이야기, 일본 이야기 등을 곁들여 주셔서 나는 어느새 히카리 우동의 단골이 되어 있었다.
히카리 우동은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요리를 만드는데, 사장님, 사모님, 두 아들이 번갈아 가면서 가게에 나와 음식을 만든다. 사장님도 좋은 분이지만, 사모님은 우리가 갈 때마다 갖가지 음식들(숨굴튀김, 가라아게, 모둠 고로케, 아사히 생맥주 등)을 서비스로 주셨더랬다. 두 아들 분은 건장하고 든든한 체격에, 외모가 훈훈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히카리를 안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히카리는 음식 맛이, 그리고 손님에 대한 사장님 가족의 친절과 배려가 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갈 때마다 사장님 가족 분들이 서비스뿐만 아니라, 손님을 진심으로 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10년째 단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히카리 우동의 음식은 매우 다양하다. 나는 그중에서도 냉우동(자루 우동) 세트를 가장 좋아하는데, 찬 물에 헹궈낸 쫄깃쫄깃한 우동 면을 쯔유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자루 우동과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하고 밥알을 씹는 식감이 있는 유부 초밥, 새하얀 튀김옷을 입어 빛깔부터 남다르고, 겉바속촉인 새우튀김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가로, 간장계란이 있는데, 짭조름한 맛에, 말랑말랑한 식감에, 노른자 반숙 상태가 잘 되어 있어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게 되는, 정말 끝내주는 맛이다.
그 외에도 기본 우동인 히카리 우동, 야갈치(야채 갈릭 치킨의 줄임말) 우동, 하야시 우동, 온메밀, 냉메밀 등의 우동과 메밀 종류의 메뉴들이 있고, 가라아게, 숨굴튀김, 연어 사시미, 타코와사비 같은 안주류 메뉴들도 있다. 나는 안주류의 음식들은 거의 다 먹어 보았는데, 모두 다 너무나 맛있어서 함께 마시던 아사히 맥주잔이 어느새 비워지기 일쑤였다.
꼬북이와 처음 만났을 때에도 이 히카리 우동에 와서 점심 식사를 했었는데, 그때 꼬북이에게 히카리 우동을 소개해 준 뒤로 매해 내 생일 무렵이 되면 이곳에 와서 점심 식사를 한다. 꼬북이도 이곳의 음식이 기가 막히게 맛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히카리 우동은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사랑방이라고 해서 단체석도 마련되어 있고,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다.
이번에도 생일을 기념해 찾은 히카리 우동은 점심 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다. 마침 두 좌석이 비어 있어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 자루 우동 세트와 간장 계란 두 개를 주문했다. 우리 좌석 옆에는 엄마로 보이는 여자와 6~8살 즈음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앉아 우동을 시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얘야, 몇 살이니?"
"8살이요."
사장님은 아이가 큰 숟가락을 사용하기 힘들 것 같아 보이는지 작은 숟가락을 아이에게 쓰라면서 주었더랬다.
"이 숟가락으로 먹으렴."
"감사합니다."
작은 것에도 세심하고 친절한 사장님이었다.
우리는 주문한 자루 우동 세트가 나오자, 간간한 쯔유 간장 소스에 찰진 냉우동 면을 찍어 먹고, 식감 좋은 유부초밥을 한 입 베어 물고, 부드러운 새우튀김을 꿀꺽 삼키고, 탱탱한 간장 계란을 후루룩 마셨다. 정말 이보다 더 행복한 맛은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주문한 음식을 다 먹고도 냉우동 사리 두 개와 새우튀김 두 개, 간장 계란 두 개, 유부 초밥 한 개를 시켜 먹었다. 먹는 중간에 사모님께서 우리를 기억하시면서 "바빠서 서비스를 못 드렸네요. 이것 마시면서 드세요." 하고 아사히 생맥주 두 잔을 따라 주셨다.
모든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행복함과 배가 부르다는 만족감에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계산대에서 사모님께 32,500원을 계산하고 가게에서 나와 꼬북이와 함께 다음 일정 장소인 병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방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친정집 같이 편안하고 아늑한 히카리 우동이었다. 사장님, 사모님은 여전히 친절하시고, 음식 맛은 여전히 수준급이었다. 평생 단골이 되라고 해도 기꺼이 오겠다고 할 히카리 우동. 오늘은 히카리 우동과 함께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