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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하일기 17화

컨디션 안 좋은 날

2025년 1월 22일 수요일

by 제갈해리
컨디션 안 좋은 날

월요일 밤에 부평에 가서 밤새 술을 마시는 바람에 (화요일 꼬북이와의 약속에는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지만), 전날 무리를 해서 그런지 화요일부터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수요일에 일어났을 때에는 오한이 느껴져서 감기몸살에 걸렸구나 싶었다.


그래도 저녁 출근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따뜻한 물로 온몸을 씻어내고, 양치를 하고, 샴푸를 묻혀 머리를 감았다. 몸이 마치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매장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티셔츠와 바지를 겨우 껴입었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부는 바람이 너무나 춥게 느껴졌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1년 남짓 걸리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 계양역에 내려 플랫폼에서 김포공항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플랫폼이 지상 야외에 있어 바람이 오지게 불었다. 덜덜덜 추위에 떨면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열차가 들어오자, 얼른 열차에 몸을 실었다.


김포공항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신정역으로 오면서 꾸벅꾸벅 졸았는데, 너무 심하게 헤드벵잉을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신정역에 도착해 찬 바람이 집중 포화되는 구간을 지나 지상의 입구로 올라와 매장으로 향했다. 매장으로 가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좀처럼 걷기가 힘들었다.


매장에 도착해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매주 수요일마다 하는 담배 재고 조사를 시작했다. 담배 재고 조사는 평소에도 하기 싫은데, 아픈 상태에서 하려니 너무 힘이 들었다. 기침은 기침대로, 콧물은 콧물대로, 오한은 오한대로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다.


사장님은 내 상태가 별로 안 좋은 걸 아시고, 타이레놀이나 판콜에이를 먹으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 할 것 같기는 했다. 생수를 사서 타이레놀을 입에 털어 넣고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아까 출근하면서 엄마가 싸 주신 귤 네 개가 가방에 있었는데, 나는 귤이라도 먹어야 회복이 될 것 같아 귤을 하나씩 까먹었다. 단 게 좀 들어가니, 몸이 좀 나아지는 듯했다. 한 개씩 까먹던 귤은 어느새 네 개째가 되어 있었고, 나는 순식간에 귤을 다 먹어 버렸다.


담배 재고 조사를 끝내고, 담배 부족한 것들을 보충하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쉴 수 있었다. 사장님도 얼추 할 일을 마치셨는지 퇴근하시려고 옷을 매장 조끼에서 외투로 갈아입으셨다.


"내일 쉬니까 병원에 들러서 약 처방받아요. 그래야 좀 낫지."

"알겠습니다."


나는 퇴근하시는 사장님을 배웅하고, 자리에 앉아 엎드린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손님이 올 때마다 일어나 계산을 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힘이 나질 않아 엎드려 있어야 했다.


9시 반쯤, 저녁 물류가 왔는데, 나는 도저히 물류 검수 작업을 할 엄두가 나질 않아 물류를 계속 미뤄두고 있다가 40분 즈음에야 작업을 시작했다. 검수를 하면서 물건 진열을 다 하고 나니,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다음 근무자가 출근해서 나는 그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나서야 일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꼬북이가 마중을 나와 주었지만, 몸이 너무 안 좋아 꼬북이에게 몸을 의지하다시피 해서 함께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역까지 갔다. 김포공항역 공항철도 플랫폼에서 꼬북이와 헤어지고 계양역에 도착해 나는 바로 택시를 탔다. 계양역에서 기본요금밖에 안 드는 거리인지라 택시를 타는 게 내 몸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 방에 불을 올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에 들었다.


정말 다시 한번 건강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건강 관리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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