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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이를 헤매다

2025년 9월 17일 수요일

by 제갈해리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새벽 3시경이었다. 악몽을 꾸었는데, 평소에 내가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 신으로부터 처벌받는 내용이었다. 남자와 술에 빠져 흥청망청 살아온 것이나 그로 인해 빚을 산더미처럼 지고 있다는 것. 그 행동들의 결과로 신은 내게서 가족과 친구를 빼앗아가고, 나는 결국 외톨이가 된 채 건강도 잃고, 돈도 잃고서 길거리로 내쫓겨났다.


꿈을 꾸고 나서, 기분이 너무나 찝찝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한숨을 돌리려고 담배를 피우러 집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꼬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꼬북이였기 때문이었다. 통화신호음이 몇 번 들려오다가 꼬북이의 말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꼬북냥이."

"몽실냥이,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꿈을 꿨는데, 내가 죗값을 치르는 내용이었어. 가족도 잃고, 친구도 잃는 꿈이었어. 꿈에서처럼 정말로 내가 신에게 처벌받는 건 아닐까?"

"몽실냥이. 그건 꿈일 뿐이에요. 꿈속에서 일어난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아요. 단지, 몽실냥이가 예전에 한 행동들이 몽실냥이에게 죄책감으로 남아 있어서 지나치게 걱정하게 되고, 예민해진 거예요. 꿈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꼬북냥이."

"그럼 잘 자요, 몽실냥이."


꼬북이와 대화를 나누고서도 잠에 이르기까지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불안이 가시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며 새벽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리고, 출근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펴봤지만, 아무도 내게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나를 무시하거나 혐오하거나 해코지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사람들마다 각자 감정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눈빛, 표정, 말투, 행동이 다 다른 것뿐이었다. 나의 지나친 오해였던 것이다.


내가 지나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모든 걸 나와 연결 지어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타인은 타인일 뿐이고, 나와는 관계가 없다. 그걸 명심하자.


꿈과 현실 사이를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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