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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폐쇄병동 생활

2025년 9월 19일 금요일

by 제갈해리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막 입원했을 때,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낸 임무에 실패했다고 믿었다. 안가(안전가옥)를 찾아서 대통령을 만났어야 했는데, 안가를 찾지 못하고 경찰서에 붙잡힌 신세가 되고 만 것이라고. 나는 병원에서 어떤 처벌이 기다릴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정작 병원에서 나를 기다리는 건 처벌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보호사 선생님들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어떤 위협이나 협박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외부에서 들어온 나를 걱정해 주고, 보살펴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곳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무에 실패한 사람들이 머무는 임시 보호소 같은 곳이라고 여기면서 의심을 풀지 않았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생활은 항상 일정했다. 밤 10시에 잠에 들어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아침 7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8시에 약을 먹는다. 병실 침대에 앉아 있으면 간호사들이 약을 가져다주고, 간호사가 보는 앞에서 약을 먹어야 한다. 내가 먹은 약은 꽤 성분이 센 것 같았는데, 왜 그런고 하니, 초반에는 그 약을 먹으면 너무나 졸려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잠이 끊임없이 쏟아지는데, 어지간히 버틸 여력이 없었다.


약을 먹고 나면 자유 시간이 주어지고,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보드게임 등 소일거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나는 자유 시간 동안 친해진 다른 환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중 친해진 환자는 나보다 한 살 어렸는데, 그 친구도 조현병으로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를 때려서 들어왔다고 했는데, 생긴 건 정말 착하게 생겼는데, 그런 일을 저질렀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나면, 오후에 재활 치료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건 선택 사항이었다. 매일 매번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나는 처음에는 음악 치료 프로그램에 주로 참여했다가 나중에는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에 참여했다. 음악 치료 프로그램은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곡을 악기로 연주하는 프로그램인데, 가끔 노래가사를 바꿔 부르거나 여러 악기들로 합주를 하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음악 치료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했는데,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음악 치료 프로그램 중에 생각 나는 부분은, 인순이의 <우산>이라는 곡을 듣고 불렀을 때였다. 비를 맞고 있다는 가사는 우리 환자들이 겪는 시련이나 어려움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았고, 우산을 씌워준다는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환자들이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후반부에 나오는 "푸른 하늘이 여기 있어요."라는 가사는 병이라는 시련을 극복하고, 새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산을 지금도 듣고 있으면 가끔씩 눈물이 고일 때가 있다.


다른 치료 프로그램으로는, 인지 행동 치료, 병식 교육 프로그램, 종이 공예 프로그램, 글짓기 치료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그중에서 또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글짓기 치료 프로그램이었는데, 환자들과 치료사 선생님들이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어 기분이 좋았다. 글을 쓸 때면 복잡했던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게 있어 글을 자꾸 쓰고 싶어졌다. 병원에서의 그 일을 회상하면서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글이라는 것은 인간의 생각을 참 잘 대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주 글을 써 보고 싶다.


병동에서의 생활은 3개월 남짓이었지만,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도 있었다. 자유시간에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 순서를 가지고 환자들끼리 다투기도 했는데, 다툰 환자 2명 모두 격리실에 감금되었다. 나도 주변에서 들리는, 뭔가를 "까라"는 소리를 내 마음대로 해석해 듣고, 정말로 내 옆에 있는 환자 분의 다리를 깠는데, 보호사 분들에게 바로 붙잡혀 격리실에 감금된 적이 있었다. 약을 잘 먹고, 치료 프로그램에 자주 들어간 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병동 생활은 어쩌면 나에게 휴식의 기간이기도 했던 것 같다. 병동에서 나와 일상생활을 하면서 약을 잘 먹은 뒤로는 증상이 호전되었는데, 반면에 약을 잘 먹지 않으면 증상이 곧바로 악화되곤 했다. 병동에서 생활했을 때와는 달리, 병동 밖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 어려움이 존재했고, 감정이 하루하루 달라져 일희일비할 정도였다. 그만큼 일상은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더랬다. 병증이 다시 나타나 몇 번 대형사고를 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왜곡된 내 생각 속에 갇혀 있어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왜곡된 생각 속에 갇혀 있을 때면 일상생활을 모두 포기해 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내 인생의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웠다.


병동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모든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물론 그렇게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겠지만, 그러나 지금 현재 나는 빚이라든지, 일자리라든지 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시기이기에 기꺼이 내 짐을 짊어지려 한다. 두 번 다시 병동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되면 나는 영원히 모든 걸 놓고 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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