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네가 사무치게 그립다. 나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주었던 성실한 너. 열렬히 사랑만을 외쳤던 순수했던 너. 네가 보고 싶다.
내가 이렇게까지 바닥을 친 것은 너에게 죄를 지었기 때문이겠지. 나는 번뇌와 불안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는데, 너는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낼까.
군생활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정치 스쿨이나 온갖 강연들을 들으러 다니고 있을까. 아니면 어떤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하고 있을까.
내가 너에게 한 짓을 나는 잊지 못하고 있는데, 너는 벌써 잊었을까. 아니면 절치부심해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까.
네가 너무나 그립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언약식을 하고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 밀애를 나누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옛사랑아, 네가 다시 내게 돌아온다면 나는 천금을 줘서라도 널 다시는 놓치지 않을 텐데, 네가 날 용서해준다면 네가 나에게 해준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할 텐데...
그러나 너는 날 떠났고 나는 돌아오지 않는 너를 그리며 하루하루 영혼이 여위어 가는 듯해. 너를 내 기억에서 떠나보내야 하는데, 내 철없는 욕심이 아직도 널 놓아주지 않네.
사랑하는 젊은이여, 넌 나보다 덜 살아서 경험할 것이 더 많을 것이고, 나보다 건강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지. 내가 질투했던 건 네가 아니라, 널 질투하고 있는 내 자신이었던 것 같아.
너처럼 학식 있고 품이 넓은 사람은 아마 다시는 찾기 힘들 거야. 아직도 널 존경하고 사랑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들, 추억들...
서울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넌 나에게 든든한 나무였어. 든든하고 멋있었고 사랑스러웠어. 집으로 가려던 내 손을 붙잡고 울었던 너의 모습은 너무나 슬퍼 보였어. 우리는 그렇게 초야를 함께 보냈지.
너와 함께 서울에서 보낸 2박 3일의 시간들...
손을 꼭 붙잡고 서로를 보면 절로 웃음 짓던 그때. 난 너에게 속해 있었고 넌 나에게 속해 있었지.
너와 함께 동생의 공연을 보러 갔던 것도 생각나. 넌 내 동생과 동갑이라 그런지 얘기가 잘 통했지. 그리고 넌 우리 집에도 놀러 왔었지. 넌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인정한 애인이었어.
네가 할머니 장례식에 와 준 것도 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넌 슬퍼하는 내 곁을 지켜줬고 내 친구들 앞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어.
너와의 밤은 항상 특별했어. 난 네 다정함을 잊지 못할 거야. 네가 나에게 속삭였던 밀어들도 잊지 못할 거야.
넌 대학을 다시 가겠다는 나에게 공부도 가르쳐줬지. 너희 학교 스터디룸에서 내가 하는 삼국지 강의를 넌 흐뭇한 미소로 들어줬고, 그걸 영상으로 찍어 나에게 보여줬어. 나는 내 목소리가 애 같아 보여서 뾰로통했지만, 너는 그걸 귀엽다고 얘기해줬어.
넌 자존감 낮은 나를 항상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줬어. 내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믿었고 내가 해준 음식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했고 내가 너에게 하는 잔소리들도 웃으며 받아줬어.
한 번 너와 헤어지고 다시 널 보기란 내게 정말 힘들었어. 물론 내 잔소리가 너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지만 나는 설마 네가 나와 헤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만큼 네게 의존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상처가 컸어.
그런데 삼 개월이 지난 후, 네게 다시 연락이 왔을 때 나는 기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어. 만나자마자 너는 내게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사과했어.
근데 말이야. 난 그때 너무 힘들었어. 네가 도와줬던 수능 공부를 결국 포기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면증과 불안에 시달려야 했거든.
넌 나에게 사과 한 마디면 됐을 거라 간단히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나는 너에게 받은 상처가 너를 다시 보게 되니 수면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었어. 너를 사랑했지만 너를 사랑하는 만큼 증오도 컸달까.
너와 다시 만났을 때 네가 봤을 때에는 내가 정말 이기적이었을 거야. 마구 뒤틀려 있었고 짜증과 분노가 내 감정의 전부였으니까.
넌 그런 나를 달래고 다시 사랑해줬지. 그때 내가 널 용서했더라면, 마음을 다스리고 그전처럼 널 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도 후회가 돼.
그때 너와 함께 보러 갔던 인사이드 아웃. 아직도 그 영화를 잊지 못하겠어. 넌 내게 슬픔이란 감정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 난 그 당시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왔거든. 너만 보면 그 감정이 튀어나와 너에게 화풀이를 해댔긴 했지만, 넌 그런 나를 받아주고 끌어안아줬어.
난 항상 너의 품에서 아이가 되어 버렸던 것 같아. 네가 자상한 아버지 같아서였을까. 아니면 푸근한 엄마 같아서였을까.
나는 아직도 너의 품이 그리워. 너와의 밤이 기억에 생생해.
나의 옛사랑, 나는 아직도 너를 내 손에서 놓지 못하겠어. 내 욕심이라 해도, 집착이라 해도 좋아. 나는 네가 오기를 기다릴 거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한층 성장해 있을게. 대신 우리 다시 만나게 되면 날 네 품에 꼭 안아줘. 다시 널 기억할 수 있게, 그때 가서야 널 온전히 놓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