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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풀 May 15. 2020

달래와 나린이와 농기구 삼종세트


이른 봄이면 집 뒤란이 온통 달래 밭이 된다. 그 가늘고 여린 이파리는 눈 속에 파묻혀 축 늘어지고 매서운 봄바람에 어지간히 부대끼면서도 싱싱한 초록 기운을 잃지 않는다. 집 주변 아무 데나 호미질을 하면 겨우내 땅의 기운을 듬뿍 받은 뽀얀 달래 뿌리가 줄줄이 사탕처럼  딸려 나온다.


달래라는 이름의 새침한 아이 같은 풋풋한 달래 

입맛 돋게 만드는 맵고 알싸한 달래

겨우내 얼었던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고마운 달래


달래를 쫑쫑 썰어 넣은 양념간장에 밥 비벼 먹고, 밀가루 살짝 묻혀 튀겨 먹고, 냉이랑 같이 넣어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동네 아낙들 여럿이 와서 몇 번을 캐가도 좀체 줄지 않는 기특한 봄나물이다.





아줌마들 틈에 끼어 세 살 된 나린이도 호미질을 한다.  조막만 한 손이 제법 야무지다.





뒷밭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고 퇴비를 뿌렸다. 여기에 오이랑 호박을 심고 쌈 채소도 심어야지. 동글동글 방울토마토도 많이 심어서 나린이랑 열심히 따먹어야지.  밭을 가는 내 옆에서 나린이도 삽질을 한다.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삽과 호미와 삽괭이, 이 삼 종 세트를 능숙하게 다룬다. 헐렁대는 목장갑까지 끼고 삽질의 정석을 스스로 터득한 나린이.


어머나, 너 전생에 농부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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