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의 어스름, 땅거미
가끔 어떤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고 뜻풀이한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곱씹어 볼 때가 있어.
점점 어두워지면서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이 안되어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도 불리는,
빛에서 어둠으로 바뀌는 어스레한 시간,
우리 산책할까?
오렌지빛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거친 야생의 음색을 지닌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려오네.
모네기를 위해 물을 가둔 논은 찰랑찰랑 네모난 호수 같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 떼창은 화려하고 청량했지.
밤꽃 향 짙어가는 여름밤.
반짝반짝 춤추던 반딧불이는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이 나.
풀벌레 소리 가득한 가을 숲길을 지나니
추수 끝난 논은 검은 까마귀 떼로 가득하네.
이제 함박눈 내린 눈길을
뽀드득뽀드득 야무지게 밟으며 걸어갈테야.
모든 존재는 아름답게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이 매 순간 우리를 축복하고 있어.
소리 없이 우리를 지켜봐 주는
수많은 눈길가 숨결 속에서
우리는 날마다 자라고 있어.
우리 언제까지나 함께 자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