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유난히 뒷모습이 많다.
그 사람만이 지닌 가장 본질에 가까운 모습을, 아무도 의식하지 않은 뒷모습에서 나는 보곤 한다. 두 발로 걷기 위해 수없이 넘어지던 때부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모습까지 두 딸의 뒷모습이 내 기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꼬물꼬물 제 손과 발가락을 빨던 아가들이 기고 걷고 뛰더니 이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멋지게 탄다.
당연하게 여겼던 한 인간의 성장은 매 순간 놀라움과 경이의 연속이었다. 내 몸에서 발아한 생명의 씨앗이 세상에 나와 제 발로 당당히 서기까지, 자연과 함께 한 그 모든 순간을 축복하고 싶었다. 엄마라는 이름의 삶은 세상 모든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확장되는 경험이기도 했다. 두 딸 덕분에 얻은 나의 눈부신 성장이기도 하다.
엄마가 되어 자매를 키우는 일은 아주 특별하고 매혹적인 경험이다. 나 또한 두 언니가 있는 세 자매의 막내로 자랐다. 자매의 성장과 그녀들만이 지닌 유대감을 지켜본 엄마로서 느낀 묘하고 뭉클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내 엄마와 언니, 그리고 딸들로 이어지는 연대감이 더욱 돈독해짐을 느낀다. 자궁 속에서 단단히 연결되었던 탯줄처럼.
언젠간 내게서 멀어질 아이들. 그 뒤를 든든하게 지켜봐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한 자리에 오래도록 서서 언제나 푸른 기운을 잃지 않는 나무들처럼. 그리고 때가 되면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다정하고 귀여운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