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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풀 Nov 01. 2020

침묵을 걷는 시간

ⓒ 바람풀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홀로 숲을 걷는다. 

'고독은 잎과 빛, 새소리, 꽃, 

흐르는 물의 세계에 

솔직하고 기쁘게 감응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고 

메리 올리버가 말했지. 

숲은 언제나 고요와 평화로 가득하구나. 


 

햇살이 내 심장을 뚫고 들어왔다. 

바람이 내 몸을 핥고 지나갔다. 

무겁게 짓누르던 생각이 훌훌 날아가고 

나는 텅 빈 우주가 되었다.  



아침 산책 


감사를 뜻하는 말들은 많다.

그저 속삭일 수밖에 없는 말들.

아니면 노래할 수밖에 없는 말들.

딱새는 울음으로 감사를 전한다.

뱀은 뱅글뱅글 돌고 

비버는 연못 위에서 

꼬리를 친다.

솔숲의 사슴은 발을 구른다.

황금방울새는 눈부시게 빛나며 날아오른다.

사람은, 가끔, 말러의 곡을 흥얼거린다.

아니면 떡갈나무 고목을 끌어안는다.

아니면 예쁜 연필과 노트를 꺼내

감동의 말들, 키스의 말들을 적는다. 



숲을 걷는 동안 

텅 빈 나를 

감사와 감동의 말들이 채워주었다. 


살아있다는 게 세상에 빚이 되는 일인 것만 같았다.

그 빚을 빛으로 돌려줄 수 있을까?  



ⓒ 바람풀



오늘도 숲으로 간다.

침묵을 걷는 가장 완벽한 시간이다.




인용글 출처: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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