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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풀 Oct 05. 2020

야생의 밤

야생의 밤  ⓒ 바람풀


야생의 어둠 속에 내던져지고픈 욕망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혹독한 대자연 속에 던져진 '벅'처럼.


삶에는 그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어떤 정점을 나타내는 환희가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살아있음의 역설이다. 그 환희는 살아 있기에 찾아오지만 살아 있음을 완전히 망각할 때에야 찾아온다. 그 환희, 살아있음의 망각은 감응의 불꽃 속에서 자아를 잇는 예술가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싸움터에서 전쟁에 미쳐 자아를 잊고 생존을 거부하는 군인에게 찾아온다. 달빛 속에서 번개처럼 앞질러 가는 살아있는 먹이를 찾기 위해 늑대의 오래된 울음소리를 내며 앞장서서 달려가는 벅에게도 바로 그 환희가 찾아왔다. 그는 시간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며 본성, 자신보다 더 깊은 본성의 일부, 그 심오함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순수하게 솟구치는 삶과 조수처럼 밀려드는 존재의 파도, 근육과 관절과 심줄 하나하나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완벽한 기쁨에 압도당했다. 솟구치는 삶은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는데, 맹렬히 불타오르며 움직임 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냈고 별 아래, 움직이지 않는 죽은 물질의 표면 위로 환호하면서 날았다.

     *야성의 부름/ 잭 런던 /민음사


'살아있음의 망각'을 감지한 순수한 환희!


내게 찾아왔던 그런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새벽하늘에 번지던 푸른빛과

숲 속에서 내 심장을 관통하던 햇살.

눈 덮인 산맥을 오를 때 들려오던 내 거친 숨소리와

깊은 야생에서 깨어나던 나의 섬세한 감각들.

모두 야성의 부름에 오롯이 감응한 순간에 찾아온 환희였다.


늑대개 '벅'을 통해

내면에 숨어 있는 인간의 본성과 야성의 가치를

아름답고 묵직하게 그려낸 작가, 잭 런던.

앞으로만 내달리는 문명의 한복판에서

그의 '야성의 부름'이 자꾸만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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